필자는 삼성전자에서 20년간 다닌 후에 스스로 회사를 나와, 1인 지식기업 를 설립했다. 또한, 방황하는 직장인을 위한 인생설계도를 담아 2017년에 출간한 의 저자다. 이 책이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에게 생애설계도를 제시했다면, 다음 책은 실제 직장인들의 고민상담 사례를 모아서, 보다 다양하고 많은 방법들을 알려주고 싶다. 그 방법의 하나로 프로젝트를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은 을 뜻하는 직장인 고민 상담 프로젝트이다. 미래를 뜻하는 ‘내일’과 ‘나의 일’을 뜻하는 ‘내 일’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그럼, 그 고민 상담의 얘기를 시작해 본다.

세 번째 상담자의 고민 –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세 번째로 상담한 분은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여성분이었다. 필자에게 상담 신청의 사연을 보내면서 바로 오늘이 1년 전 입사했던 회사를 퇴사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녀는 먼저 간략하게 자신의 상황을 SNS 메신저로 보내왔다. 그 사연에 따르면 그녀는 지금의 회사를 입사할 당시에 다른 선택의 여유가 없어서 우선 입사를 하긴 했는데, 1년 내내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어했다. 그녀 자신은 항상 주도적인 삶을 꿈꾸었다. 본인이 원하는 일, 잘 맞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았다. 한편으로 꿈꾸는 것 외에는 실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보니 한 번도 성실한 삶을 살아온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용기를 내어 파격적인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항상 애매하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삶을 살아왔다. 남들보다 특별하게 똑똑하지도,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공상만을 거듭해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뿌연 안개처럼 눈앞의 현실에 드리워져 혼란스럽기만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결국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필자와의 대화를 통해 명쾌한 해답을 얻기보다는 본인에 대한 통찰과, 앞으로의 삶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기반을 다질 힘을 얻고 싶다고 했다. 사연을 읽어 내려가면서 지금 얼마나 그녀가 혼란을 겪고 있을까 안타까웠다. 이제는 백수가 되어 아무 때나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그녀를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봇물 터지듯 보내온 사연과 달리 수줍게 첫인사를 건네 온 그녀에게 회사를 왜 그만두었는가부터 물어보았다. 그 얘기를 하자면 자신이 첫 직장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첫 직장은 다소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스포츠 행사를 비롯하여 이벤트 기획을 하는 마케팅 대행사였다. 그녀가 대학생 시절 어떤 스포츠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경험을 인정받아 입사했지만,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일부 예의 없는 대회 참가자들이 인격을 무시하는 전화에 대한 응대가 너무 힘들었고, 모든 행사의 준비 또한 늘 하루의 일과 후에 해야 했다. 게다가 행사를 맡긴 고객사의 갑질을 경험하며, 왜 사람들이 그렇게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비록 행사를 기획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는 흥미 있었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일은 버티기 힘들었다.

다음 직장에서는 그녀의 경제학과 전공을 살려 지인의 소개로 건설회사 경리업무를 맡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적응은 빨랐고, 일에서도 즐거운 부분을 찾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다른 동료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데 있었다. 그녀는 주로 현장사무소에서 일을 했는데, 상사가 한 분뿐이었다. 그나마 초반에는 대리급 실무자였으나, 나중에 실무를 잘 모르는 차장급 관리자가 오면서 본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한마디로 상사에게서 더 이상 가르침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모든 것을 타 부서에 묻고 배워서 해결해야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계속 더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1년 만에 그만두었다.

마지막 직장에서의 일은 작은 비즈니스호텔의 매니저 역할이었다. 처음 일을 배울 당시, 끊임없이 이것저것을 지시하는 직장 분위기는 견뎌보려 했으나, 동료들은 언제나 문제 해결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았다. 무언가 배우며 성장하고 싶었던 그녀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어 보였고, 호텔업의 특성상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그녀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결국 이 직장도 1년이 되자 더 이상 미련이 없었고, 그 직장을 그만둔 그날 나에게 상담 신청을 보내온 것이었다.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나니, 사전에 받았던 신청 사연에서 그녀가 느껴왔던 혼란과 실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얘기에 나도 가슴이 먹먹했다.

때로는 조언과 코칭보다는 공감과 응원이 필요하다.

필자는 평소 내담자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코칭을 위주로 말씀드렸는데, 그녀는 우선 공감과 응원이 필요했다. 비록 본인은 성실하게 삶을 살았던 적이 없다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자 했고, 본인도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사람은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녀가 직장을 자주 옮겼던 이유도 바로 자아실현을 위한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있었다. 하지만, 그 성장은 또래의 동기들이 꿈꾸었을 법한 단순히 좋은 직장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꿈을 늘 확인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했다. 다만, 3번의 기회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3번의 경험을 모두 자신의 실패로 여겼다. 그리고, 또다시 직장인으로서 실패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진로를 상의할 대상이 없었다. 심지어 예전에 진행했던 멘토링에서, 자신조차 바꾸지 못한 멘토가 그녀에게 잘난 척 조언을 했던 것에서 인간적으로 큰 실망을 한 경험이 있었다. 필자는 그렇게 실패를 자신의 멍에처럼 짊어진 그녀에게 지난 직장생활이 결코 헛된 게 아니라고 얘기해 주었다. 또한, 직장을 그만둔 원인 또한 그녀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멘토나 동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직장 찾는 것을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왜냐하면, 그런 성급한 마음으로 소중해야 할 그녀의 일터를 서둘러 선택한 게 힘든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여러 가지라면, 그걸 모두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우선 그녀에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았다. 자신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이디어가 많은데 그것을 콘텐츠 기획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첫 직장인 마케팅 대행사에서도 이벤트 기획을 하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있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다만, 그녀의 관심사가 프로그램 코딩에서부터 편집디자인과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게 관건이었다. 그녀 자신도 하고 싶은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다. 때마침, 내가 관심 있게 보던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에서 읽었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었다.

저자인 에밀리 와프닉(EMILIE WAPNICK)은 커리어 코치이자 강연가, 블로거이자 뮤지션, 디자이너이자 법학도로서 영화인의 길을 정말 다양하게 걸어온 사람이다. 그녀는 책에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4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그룹 허그 접근법”으로써,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뭉뚱그려 하나의 직업을 새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음악과 여행과 봉사를 좋아한다면, 아프리카에 가서 그곳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일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슬래시 접근법으로써, 여러 가지 일을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해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월~수요일은 편집자, 목~금요일은 연주자, 주말에는 카레이서라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아인슈타인 접근법으로, 그가 특허청 직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상대성 이론을 탐구했듯이, 안정적 직장 기반 위에서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피닉스 접근법으로, 불사조 피닉스가 부활로 태어나듯이, 한 가지 직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상담을 마치며

필자는 모든 상담을 마칠 때마다 꼭 2가지를 해보라고 당부한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이력서를 새로 써보되, 그동안의 경험을 반드시 포함하라는 것. 두 번째는 지난 글(2번째 이야기)에서 설명했던 인생의 성장곡선을 그려서 자신의 강점과 기회 상황을 분석해 보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녀에게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가 상담을 신청할 때에도 밝혔듯이, 필자에게 명쾌한 해답을 원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좀 더 확인하는 것과 삶을 헤쳐갈 수 있는 용기를 원했다. 아울러, 자신의 얘기를 기꺼이 풀어놓으며 스스로 거기에서 인생에 대한 해답의 열쇠를 찾으려 했다. 비록 필자가 그녀에게 얼마나 믿음을 주었는지 모르겠으나, 상담의 말미에 자신의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그녀의 다양한 관심이 새로운 일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