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화요일

am 9:00
과장님의 호통소리가 사무실을 뒤흔든다.

“이딴 걸 기획이라고 가져와?”

“회사 다니기 싫어?”

박 대리의 기획서가 사무실 천장까지 날아가고

“아닙니다.”

박 대리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땅에 떨어진 기획서를 하나씩 줍는다.

“에휴-”

박 대리의 한숨에 기획서에 묻었던 먼지 한톨이 떨어져 나간다.

am 10:00 탕비실

“박 대리님 괜찮으세요?”

이 피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는다.

“어,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닌데 뭐.”

“내가 나가든지 해야지, 원.”

박 대리의 눈은 계속 바닥을 향해있다.

“자, 이거라도 드세요.”

종이컵에 싸구려 스틱 커피를 타주는 이 피디

“고마워.”

박 대리가 커피를 건네받아 들이키려는 순간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아이고 아이고 잘하는 짓이다.”

과장님이 들어와 눈치를 주신다.

“수고하십쇼.”

먼저 자리를 뜨는 이 피디 혼자 내빼는게 얄밉다.

커피는 입에도 못대고 박 대리는 한동안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pm 12:00 사무실

“대리님 식사하러 가시죠.”

이 피디가 박 대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건넨다.

“아이고, 아까처럼 먼저 가시지 그러세요.”

탕비실에서 일이 서운했던지 빈정대는 박 대리

“아, 아깐 죄송했습니다.”

“괜히 저 있는데서 그러시면 무안하실까봐.”

이 피디의 정중한 대처에 무안해진 박 대리

“아, 농담이야 농담, 오늘은 뭐 맛있는 거 먹자구.”

한껏 어색한 웃음을 짓고 나서 터벅터벅 사무실 계단을 내려가는 박 대리의 모습이 안쓰럽다.

pm 12:05 사무실 밖

“이 피디 오늘은 뭐 먹을까?”

“까르보나라 어떠세요?”

“음, 그것도 좋은데 냉면 어때?”

“오늘은 시원하고 매운 게 좀 땡기네.”

양복 단추를 풀며 박 대리가 제안했다.

“그래요 가시죠”

pm 12시 10분 냉면집

박 대리와 이 피디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아줌마, 여기 비냉 하나, 물냉 하나요.”

이 피디에게 묻지도 않고 주문을 하는 박 대리

“어 저 아직 안시켰는데요.”

“아 그냥 둘 중에 골라 내가 남는 거 먹을게  빨리 먹고 좀 쉬고 싶어.”

박 대리의 고개가 푹 꺼져있다.

“아이고 요즘 고생 많으시죠.”

“어 다 관두고 유튜브나 해야겠어.”

“안돼요 일하셔야 유튜브도 부담 없이 하실 수 있죠.”

“무튼 어제가 예고편이었다면 오늘부터 본편이에요.”

“오늘은 기획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기획이라는 말에 박 대리의 눈이 커졌다

“기획이라고?”

“말도 꺼내지 마.”

기획이라는 말에 오전에 과장에게 시달린 생각이 떠오르는 박 대리다.

“자 냉면 나왔습니다.”

“물냉 어느 쪽으로 드릴까?”

“음.”

아주머니의 물음에 둘이 잠시 고민하자

“아우, 바쁭께 알아서 먹어.” 하고 놓고 가시는 아주머니.

“이야 맛있겠다, 뭐 먹을래 이피디”

“저 비냉 주세요”

차가운 면발 위 빨갛게 올려진 양념을 보니 군침이 나온다.

“호로록, 꿀꺽”

금새 한젓갈 흡입하는 박 대리

“아 그 기획 강의 한 번 들어보자.”

“아, 뭐 강의라 할 것까진 없구요.”

“일단 저는 기획할 때 3가지를 생각해요.”

“3가지, 그게 뭔데?”

“재미, 감동, 정보.”

“이렇게 3개요.”

“아 그거 괜찮네.”

“근데 너무 추상적이야, 좀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나?”

“네 유튜브라고 하면 대체로 젊은 층이 많이 보기때문에 재미측면에 접근한 영상들이 많아요”

“사례를 들면, ‘웃음참기 챌린지,’ ‘기획 몰카,’ ‘게임 방송,’ 등이 있죠.”

“그래 그런게 아무래도 손이 가지”

“그럼 재미있는 영상이 최고 아닌가?”

“그럴수도 있죠, 그쪽이 끌리고 자신있으시면 재미를 추구하시면 되구요.”

“근데 조심하셔야할 건, 재미를 추구하다가 자극적이거나 도덕적 기준에 벗어나는 영상들을 조심하셔야 한다는 거에요.”

“박대리님이 그럴 일은 없을 거니까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그래 나야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니까.”

“에헴!”

“아, 고춧가루가 목에 걸렸나보네요.”

헛기침으로 눈치를 주는 이 피디.

“다음은, 감동인데요.”

“감동? 유튜브에 그런 영상이 있었나?”

“제 생각에 세 가지 중에  가장 적은 수가 아닐까 싶어요.”

“감동 영상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처음’이에요”

“처음?”

“네 예를 들면, ‘엄마 목소리를 처음 듣는 아기,’ ‘태어나서 처음 엄마를 본 아기,’ ‘처음 산책하는 강아지’ 등이 있죠”

“주로 강아지, 아기들이 많네?”

“그렇죠 아무래도 감정을 건드리는데는 효과적이죠.”

“그 외에도 ‘파병 다녀온 주인을 맞이하는 강아지,’ ‘경찰관이 동료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주인과 사자의 재회 순간들,’ ‘직원들을 울린 한마디 엄마, 아빠’ 등이 있죠”

“사실 ‘처음’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관계’에요.”

“감정은 오고 가는 것이고, 동할 때 역시 그 대상이 필요하죠.”

“공감이 가면 더 좋구요, 친구, 가족, 반려동물 같이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관계들이 감정이입이 쉽게 되죠.”

“맞아, 어떤 영상은 보면 내 이야기다 싶고 그러더라.”

“그런 영상이 좋은 영상이죠.”

“마지막으로, 정보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아요.”

“정보?”

“네 영상을 보고나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대표적으로 랭킹 영상들이 있죠.”

“검색창에 ‘Top10’이라고만 쳐도 굉장히 많은 영상들이 나오죠.”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것을 짧은 시간 내에 해소해주는 효과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죠.”

“보통 짜깁기 형태로 만들어져 제작도 비교적 쉬운 편이구요.”

“그럼, 이 세 가지를 다 할순 없나?”
“그러면 제일 좋긴 하죠.”

“하지만, 셋 중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봐요.”

“이러한 전략 외에도 기획에서 ‘예산 편성’과 ‘스탭 파악,’ ‘가용 장비’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하는데 제 냉면이 불고 있는 관계로 이쯤에서 생략하겠습니다.”

“호로록.”

“아~ 맵내요.”

입술에 빨간 양념을 묻히며 허겁지겁 냉면을 해치우는 이 피디.

“이야 잘 먹네.”

“오늘 많이 배웠어 이 피디, 오늘 밥은 내가 살게.”

호로록 호로록 냉면 먹는 소리가 경쾌하게 실내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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