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 :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   객 :(다짜고짜) 아니, 상담원 목소리가 왜이래?
상담원: 고객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고   객:상담을 하는 여자 목소리가 왜 이렇게 화냥년이야?
상담원: 고객님~
고   객: 아니, 고객을 상담하라고 했지, 남자들 꼬시기라도 할꺼야? 목소리가 왜 그렇게 여우야?
상담원: …………
고   객: 이것봐, 아가씨. 남자들하고 놀려면 술집에나 가서 일해. 여기는 전화 받으면서 일하는 곳이잖아?

“ 저 23살이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던  *** 콜센터에 출근한지 한달도 안되서 받은 콜이었어요. 그 당시에 저는 사회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였어요, 그때가.  친구들이 넌 목소리가 상냥하고 이쁘니까 전화상담도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

말을 이어가지 못하던 직원 a 는 괴고 있던 손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양손의 손가락을 부산하게 매만졌다.  한참을 침묵하던 끝에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화냥년이라니…. 그 중년 여성 고객분이 제 목소리가 너무 술집여자 같다고 꼬투리를 잡고 한참을 나무랬어요.. 저는 그런 일이 처음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20분 넘게 그 분의 콜을 계속 받고 있었어요. “

테이블에 모여있던 나머지 7명의 동료 직원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땅이 꺼진듯  한숨을 크게 쉬기도 했다. 옆 자리에 있던 동료는 직원 a의 어깨를 토닥이며 당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였다.

“저 이제 이 일을 한지도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 전화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요. 지금은 잘 응대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때에는 왜 그렇게 바보같이 당하기만 했는지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회사 끝나서  사람들을 만나 말을 꺼내게 될 때에는 내가 혹시 말투가 이상한가… 그런 생각 때문에 말끝을 웅얼웅얼 거리게 되요. “

안타까워도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비대면 응대는 이같이 고객과 상담원과의 심리적 거리도 전화상의 거리 만큼이나 멀게 만든다. 이게 콜센터 3년차를 넘어가게 되면 한개씩은 당연히 가지고 있는 통화 트라우마다.  

 감정노동자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객을 대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매출을 우선으로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직원의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 이런 말을 남겼다.

‘그들이 무턱대고 화를 내면, 저는 눈에서 피눈물을 흘려요.’  

<콜센터 상담원의 감정 인식을 위한 마음의 감정 가면>

콜센터에서 근무한지 3~5년 되는 상담사들과 종이 가면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 ‘진상 고객’과 있었던 힘들었던 사건,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었는지에 대한 나의 감정 반응을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보는 실습을 진행하였다. 가면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꺼내어 보기도, 현재의 내 상태를 표현하기도, 앞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려보는 것에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아래의 그림은 직원 a 의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솔직히 대단히 창의적인 작품이다!

직원 a의 마음이 이 그림에서 보이는가? 가면을 보고, 다시 가면을 반대로 돌리면 고객의 모습과 직원 a의 모습이 동시에 보인다. 직원 a는 자신의 가면 속에 고객의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직원 a - 화를 내며 눈꼬리가 올라간 고객>
<직원 a - 뒤집으면 : 그럴 때마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

이렇게 자신의 감정인식을 필요로 하는 직원들은 보통 그룹으로 진행하는데, 여덟명 정도의 인원으로 두 달에 걸쳐 일주일 1회씩, 그것도 업무 시간에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듦과 동시에 그 시간동안 쉴 수 있어서 좋다고만 생각하고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횟수가 지나면 지날수록 이 일을 하면서 직업인으로서 가지는 자기 만족도, 그리고 성과에 대한 열망, 마지막으로 미래 직업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동료를 대하는 동료들의 시선>

콜센터에 오면 첫번째로 고객과의 소통을 우선시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의도를 읽는 일에 치중한다. 그것이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5년차 콜센터 상담원들은 한입모아 다음 질문을 던졌다.

“ 그게 다 일까? 그럼 그런 다음은?”

콜센터에서의 자기 감정 인식을 위한 미술심리 프로그램에서는 이 일을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동료들의 지지와 응원을 꼽았다. 콜센터 특성상 모든 업무가 랜선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직원들간 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동료와의 감정 교류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들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정말 현장의 감정이 뭍어나는 정확한 진단이다!

맞다. 그들과 두달여 만남이 이어질수록 ‘회복탄력성’의 근본은 바로 ‘동료의 지지’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진상 고객을 살피다 보면 상담원들 개개인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아마도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서 상처를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인 듯 하다. 가면에 생각하기 싫어하는 장면을 그리려하니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어느 한편으로는 그런 불만 고객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또하나 기억나는 가면 작업은 흙이 붙어있는 파를 흙값까지 받았다며  2시간에 걸쳐 파 한단의 가격을 500원 깍아버린 한 고객에게 ‘불쌍한 너’ 라고 적은 사건이다. 이 가면을 보고 그룹원들이 모두 빵 터졌었다. 사이다 같은 발언이었다.


다음 회에서는  이들을 위해 진행했던 자기 감정인식을 위한 솔루션을 구체적인 프로그램 프로토콜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을 함께 읽는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이  NO! 스트레스~가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3 COMMENTS

  1.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대파의 흙값에서
    저도 빵 터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콜센터에 얼만큼 매너있게 문의하였는지 저를 되돌아봅니다.
    배려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2. 콜센터 직원들의 고충과 심리상태를 잘 이해할수 있는 글이네요. 무심코 받는 그분들의 전화를 좀 더 친절히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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