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서민갑부’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대구의 한 고깃집 사장님이다. 하루에 1백만원 파는데, 30만원이 서비스로 나간다. 입지가 형편없는 곳인데, 매출이 저 정도면 대단하다. 서비스를 듬뿍 듬뿍 주니까, 손님이 줄을 잇는다. 젊은 사장은 ‘퍼주기’를 즐기는 것 같았다. 저래서 남을까? 남는다!

원가를 줄 일 수 있는 몇가지 팁이 있다. 홀 옆에 주방이 있어서, 동선이 짧고 인건비가 준다. 불필요한 생색내기 반찬이 없다. 대신 고기를 서비스로 듬뿍듬뿍 준다. 정육점과 고깃집을 병행하는 것은, 일반 음식점 보다 세율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은 경쟁자가 매우 많다. 손님은 이집이 맘에 안들면, 저집에 갈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특별한 서비스가 없거나, 사장님의 특별한 스킨쉽이 없다면, 손님은 바로 발길을 돌린다.

창업 교육하는 곳에선, 그 동안의 경력은 싸그리 잊고,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난 이 ‘목숨 걸고’라는 말을 들으면 헛구역질이 나온다. 만약 어느 분식집에 들어갔는데, 사장이 목숨 걸고, 필사적으로, 죽을 각오로, 한치의 에누리도 없이, 직원과 손님을 대한다고 해보자. 한 푼이 아쉽기에 그런 태도가 이해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 누구도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돈이 급한 생계형 창업자는, 돈벌기 위해서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된다.

취미하듯이, 손님과 즐기며, 설렁설렁. 그럴 자신 없으면 , 창업하지 말아야.

여기 손님과 설렁설렁 즐기며 장사하는 경우가 또 있다.

미아리에서 사업할때, 조개구이집이 있었다. 장사 잘 하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앉으면, 쫀득이, 어포 같은 싸구려 불량식품을 준다. 옛추억을 떠올리며 담소를 나누라는 전략이다. 가게 곳곳에는 군대마크가 붙어있어서, 30대 초반 예비역들의 군대 이야기를 자극한다.

이 가게 사장님은 알바 여학생과 결혼했는데, 그 알바는 문예창작학과 재학중이었다.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매장 곳곳에 표현했다. 난 군수사령부 예하부대를 나왔는데, 나같이 군대 이야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군대 마크를 보니까, 추억이 떠올랐다.

잠시후에 조개가 등장.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나온다. 본래 조개는 껍질 덕분에 부피가 크다. 부피감에 압도당한다. 조개외에도 통오징어와 고구마, 가래떡등 소소하게 구워먹을 거리를 제공한다.이상하게도 조개구이는 할 이야기도 많고, 할 일도 많다. 조개도 뒤집어야 하고, 이야기가 떨어져서 썰렁해지면, 가리비가 퍽퍽 터져준다.

계산을 하고나면, 카운터에서 야쿠르트 준다. 최후까지 무언가를 주려고 애쓰는 사장님의 마음씀씀이를 보면, 고객은 감동 받는다. 맛이 어땠는지 평가할수는 없지만, 맛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한다. 재방문으로 보답한다.

조개구이 사장님은 권리금 장사를 하셨다. 수익율이라는 말은 이 분의 사전에 없다. 장사가 안되는 매장을 인수해서, 잘되게 만들고, 권리금을 얹어서 가게를 되판다. 그날 얼마를 팔고, 얼마가 남는가는 관심밖이다. 손님으로 바글바글하게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다. 손님이 많아서 망하는 경우는 없다.

왜 외식업은 맛에만 집중하는가? 식당을 평가하는 요소는 맛 외에도 무수히 많다. 넉넉한 마음으로 손님을 기분 좋게 하기. 레드오션 안에 블루오션이다.

특식과 간식은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다. 

시화담은, 신선설농탕 오청 대표님이 만든 고급 브랜드다. 외국 손님이 오시면, 대접할만한 레스토랑이다. 만만한 저녁 메뉴가 인당 15만이었고(부가세 별도) 외국손님 두분을 모시고 갔다.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담백하고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하고,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음식 하나 하나에 열광했다.

매우 만족하셔서, 내 볼에 뽀뽀라도 할 기세였다. 이태원점이었는데, 얼마못가 폐점했다. (현재 인사동점만 영업중) 손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좋은데, 나는 60만원 넘는 가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다. 그 누구도 그런 가격을 지속적으로 부담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엔 ‘계절 밥상’에 외국손님을 모시고 가다. 매우 만족하셨다. 마음껏 먹고, 한국적인 음식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접하는 나로서는 가격이 만족스럽다. 시화담 접대비라면, 계절 밥상에서 20여명을 접대할 수 있는 것이다.

독특한 식재료와 네이밍은 이목을 끌기 좋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상권을 분석할때, 이 동네는 외식비로 얼마를 지출할수 있는가?를 본다. 가격을 먼저 정하고, 메뉴를 정하는 것이 순서. ‘계절밥상’과 같은 한식 부페가 인기가 있는 것은, 가격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맘껏 먹고, 디저트에 커피까지. 따로따로 먹는 것보다 싸다.

외식업계에서 주가를 올리는 사람중에 한명이 백종원이다. 요리 연구가 보다는, 메뉴 설계자, 마켓터다. 백종원 브랜드는 거의 성공한다.메뉴짜기와 가격책정이 천재적.

상하이 짬뽕,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한결같이 가격이 만만하다. 그런데도, 매출1천억을 넘보며 (여배우와 결혼했다.) 백종원 대표의 원칙은, 식당 문턱을 최대한 낮추기다. 외식업에서는, 손님이 만만하게 봐야, 내가 산다.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만드느라 애쓰는 것 보다 외식 사업 전반을 관찰하고, 가격 혁신을 하는 것이 승산이 높다. 밥은 매일 먹는 것이고, 꾸준히 손님이 입점해야 다양한 메뉴도 만들고 실험도 할 수 있다.

몇년전 ‘대왕 카스테라’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홍대 가맹점 앞에 엄청나게 사람이 줄서 있었다. 손님이 줄을 선 이유는, 대왕 카스테라가 맛있기 때문이 아니라, 유행하는 음식을 줄서서라도 먹었다는 성취감 때문이다. 모두 sns에 올릴 것이다. 매일 대왕 카스테라를 먹었다는 포스팅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한 번 정도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 미래가 어떻게 바뀔것이냐?고 저에게 묻습니다. ‘바뀌지 않을 것’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 누구도 빠른 배송시간과, 낮은 가격을 싫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

사람은 밥은 먹어야 하지만, 간식은 안먹어도 된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 변하지 않는 것들을 기초로 전략을 세운다.

7막7장의 원조 엄친아, 홍정욱 해럴드 회장이 최근 편의점 도시락을 제공하는 (주)담연.을 인수했다. 화장품 처럼, 편의점 도시락도 브랜드는 몇개가 되지만, 이를 제공하는 업체는 하나다. 그 하나의 업체가 ‘담연’이다. 외식업계의 ‘콜마’인셈이다.

더 많은 사람이 혼자 밥먹고, 더 많은 사람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울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더 많은 사람이 외식을 하겠지만, 자주 하는 만큼 가격에 민감하다. 손님은 사장이 푸근한 인상으로 퍼주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불변한다. 변하지 않는 사실에 전략을 세우는 것은, 단단한 반석 위에 기초를 쌓는 것과 같다.

소위 창업하는 사람은 뜨는 아이템을 원한다. 뜨는 아이템은 가라앉기 마련이다.

2 COMMENTS

  1. 대표님! 진짜 글 너무 시원시원하고 재미있어요~ ^^ 왕팬입니다!
    이런 거 잘 알면서 사업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번 손실보면서 살고 있는 거 같아 답답합니다. ㅜ.ㅜ
    앞으로도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 ‘손실 보면서 살고 있는 거 같아’ 에 대해서 언제 이야기 나누지요. 저도 그래요.
      근데, 손실 본다는 것은 무언가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손해 볼것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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