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따스함을 담다. 윤재선 대표

– 남들은 하나 하기에도 벅찬데 직업이 무려 6개
– 첫 신간 여행 에세이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녀
–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글·사진 :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8년 07월 23일] – 혹자는 주장한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업으로 삼아야 행복하다고. 이 말을 하기에 앞서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인가? 에 대한 의문 제기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게다. 막상 접하면 막연한 질문이라 치부하기에는 작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가벼이 넘길 수 없다.

특히 30대 이상 직장인이라면 시기만 다를 뿐 어느 순간부터 되뇌며 답안 찾기에 골몰하는 것이 현실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현대인에게 매스컴이 연일 다루는 실업률이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자칫 관망하다간 뒤늦은 대안 마련에 적잖은 공수를 들이며 한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덕분에 관련 서적도 넘쳐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정답이라 여길 답안이라 하기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유는 뻔하다. 책을 쓴 자들이 하나 같이 글로만 외치고 있다.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적어 내려간 글에 진솔함이 담길 리가 없다.

고로 호소력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 점에서 출판사 따스함을 담다. 윤재선 대표가 걸어온 길은 의미가 남달랐다. 분명한 것은 이론이 아닌 현실 속의 이야기며 그녀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를 보면 의문 제기의 여지조차도 사라지게 만든다. 그러한 그녀가 오롯이 마음에 품고 있던 답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면 잘하게 되고 결국에는 행복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저는 선택의 기로에서 일이 제가 하고 싶어 하던 일인가를 고민했어요. 마음이 기울었을 때는 방법을 찾았고, 필요하다면 자격증도 취득하며 차분히 준비해서 행동으로 옮겼죠. 지금의 자리는 그렇게 오게 된 것 같아요.”

서른일곱 윤재선이 세상을 사는 법
독학으로 터득한 수화 실력 수준급
다양한 분야로 실력 뽐내며 독립 준비

충북 단양의 작은 시골 출신에게 금수저 혹은 은수저는 애당초 남의 일이었다. 그 대신 다양한 분야를 향한 호기심이 그녀에게 다양한 인연의 매듭을 지어주는데 주효했다. 일단 산업디자인으로 습득한 미술 실력은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수준급이다. 그 와중에 강사로 활동한 바 있으니 굳이 능력을 검증해서 뭐하랴!

폴리머 클레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접 공방을 운영했을 정도로 디자인 계통에서는 남다른 끼를 발휘했다. 이어 POP예쁜글씨와 캘리그래피(Calligraphy)까지 연이어 섭렵하며 손글씨 쓰기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손재주 많던 그녀가 수화(수어)에 ‘한눈을 팔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닌 책 한 권 펼쳐놓고 오롯이 독학으로 터득한 수화 실력은 국가 공인 통역사 자격증 취득 이후 일취월장했고 덕분에 전국에서 딱 두 명 뽑는 수화 통역사 업무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 이듬해 국립중앙 박물관으로 거취를 옮긴 이후에도 수화 통역은 그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굳혔다.

당시 함께 일했던 주변 동료는 그녀에 대해 “어떤 일을 주면 몇 가지 안을 준비해 설명했어요. 어린아이와 같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늘 빛났지만 수줍음이 많았어요. 하지만 수화를 하던 그 순간만큼은 소신 있고 당차게 행복했죠.”라고 기억했다. 동시에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도 해냈기에 그곳을 떠난 지금도 연락할 때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고. “돌아와요~ 재선 씨. 우리 함께 일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독립 출판사 따스함을 담다.를 창업하고 대표이자 직원으로 바쁜 일상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1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첫 서적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를 세상에 출간했다. 이 또한 현장에서 산전수전 몸소 겪으며 터득한 경험으로 이뤄낸 윤재선 다운 결실이다. 과거에 걸어온 길이 그러하듯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까지 윤재선은 한 순간도 안주하지 않았다.

욕심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단지 출판 분야 일을 경험하고 싶었던 호기심에 출발했고, 오랜 시간 느리지만 차분하게 준비했다. 시간이 날 때면 출판 업무에 필요한 인디자인 편집 툴 강의를 듣고자 멀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책 만드는 법까지 몸소 터득할 수 있었다. 그 무렵 ‘나는 1인기업가다’ 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출판 분야 관계자를 만나 이론을 실무로 접목하며 현장을 보는 안목을 키워냈다.

“다양한 일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직전에 근무했던 박물관 일은 무척 재미있었고요. 미술 선생님 꿈도 이루고, 수화 통역사 꿈도 이뤄냈고, 하고 싶었던 캘리그라퍼도 해봤던 것 같아요. 이제는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제 손으로 책 한 권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이번에 낸 책이 바로 그 결과인 거죠.”

누구나 마음에 사표 한 장 품고 있다.
오랜 꿈 이루기 위해 차린 독립출판사
3년 세월 오롯이 담은 첫 신간 정식 출시

‘이만큼 했으며 할만큼 했어. 그러니 이제는~ 쉬고 싶다. 라는 생각에 마음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사직서. 윤 대표라고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 하지만 노리는 방향은 분명히 달랐다. 힘들었기에 쉬고 싶었던 것이 아닌 오랫동안 준비한 꿈을 이루기 위한 새 출발의 시작점이라는 거다. 첫 서적 출간을 위한 시작은 노르웨이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비롯했다. 장장 22키로 이상 되는 코스를 외소한 체구를 한 동양 여성이 큰 배낭을 매고 새벽에 걸어 다니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는가?

출판은 모든 것이 처음이니 생소했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고 원고를 탈고하고 최종 완성작을 손에 쥐던 그 당시에는 어떠한 종이가 가장 우수한 출력 품질을 보장할까를 고민했다. 이름도 생소한 출력지를 앞에 두고 충무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포토에세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에 사진 색감은 양보할 수 없었다. 행여 생각했던 색이 표현되지 않을까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다반사였다. 처음 써보는 원고는 그녀의 밤낮을 뒤바꿔놨다.

“이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며칠 밤을 지새웠는지 몰라요. 유독 새벽에 영감이 떠올라서 새벽에 작업을 자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나 힘든 거 있죠. 자다가도 생각나는 거라면 나중에 생각이 안 날까 메모하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어요. 그런데 이 과정에 너무 신나는 거 있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힘든 것보다는 해내야겠다는 성취감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그렇게 완성된 책에는 윤 대표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겼다. 책 한 권을 완성하고자 노르웨이 비행기만 8회를 이용했다. 굳이 노르웨이여야 했냐는 질문에 태어나서 처음 느낀 신비한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윤 대표가 처음 노르웨이에 발을 디딘 시기는 지난 2015년. 촬영한 사진을 가지고 같은 해 전시회도 열었다. 당시 사진을 접한 이들은 하나 같이 “여행 사진 에세이를 만드셔도 될 것 같아요.”라는 평을 남겼는데, 글귀를 보며 수 없이 마음이 흔들렸다. 1년 전인 지난 2017년에는 덴마크를 비롯하여 몇 나라를 돌아다녔고 책 한 권을 완성하고자 무려 3년이라는 긴 세월을 쏟았다.

“3년간 모은 사연을 담았으니 처음에는 글이 많았어요. 시중에 나온 책 유형을 분석하다가 안 사실인데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는 글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르게 도전하고 싶었을지 몰라요. 글이 아닌 사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종이도 사진 출력에 유리한 것으로 골랐고 문장도 일부러 장문은 과감하게 수정해 시처럼 짧게 구성했어요. 수시로 꺼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돈 보다는 소소한 행복이 더 가치있어.
독립서점 발품팔아가며 판로 개척나서
하나하나 이뤄지는 모습 보며 더욱 성장

인터뷰하던 그 전날까지 계속되는 미팅에 바쁘게 지낸 윤 대표. 해방촌과 연남동까지 독립서점에 발품을 팔아가며 판매처를 확보하느라 분주하다. 북카페도 윤 대표가 눈여겨보는 공간이다. 알라딘과 교보문고 담당자와도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윤 대표가 손수 캘리그라피로 써 인쇄한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 책 한 권은 세상 속 대중을 만날 준비를 하며 착실하게 갖춰나갔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쉬운 건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생활이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인 출판사를 차린다고 할 때 주변의 시선은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단다. 일이 제대로 안 풀리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제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능력이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조금 벌면 아껴 쓰면 되니까요. 막연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것보다는 저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누가 뭐라고 하던 소신껏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에요.”

그러한 윤 대표. 재차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은 “지금이 이미 흘러간 과거보다 더 중요해요” 내심 그 말을 듣는데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는 윤 대표의 다음 목표는 또 무엇일까? 게다가 이후에 향하는 방향은 분명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도 있을 것 같다.

“소소한 것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면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행사도 참여하고, 요즘에는 강연 자리도 생겼는데 제가 다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원 없이 할 수 있어, 시야도 더 넓어진 것 같아요. 큰 행복보다는 이러한 일상 속의 행복이 제게는 더 값지고 보람찬 것 같아요.”

윤재선 대표는 조만간 두 번째 서적을 출간할 예정이다. 1탄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에 이은 2탄 ‘언젠가 페로제도’에도 윤재선 대표의 감성과 따스한 정이 듬뿍 담길 예정이다. 이 역시 사진이 중심인데, 더 보기 좋게 판형부터 더 키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문 사진작가도 아닌데 무슨 사진에 그리 공을 들일까 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은 조만간 공개할 따스함을 담다 스토어팜에서 찾을 수 있다.

그저 하루하루가 고되다고 푸념하는 우리의 시선에 여행작가, 미술 강사, 수화 통역사 그리고 오늘날 출판사 대표의 길을 걷고 있는 윤재선 대표의 이야기는 막연하게 부러움의 대상일까? 그게 아니라면 어떠한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을까?

무릇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그 결정적인 한 가지인 ‘욕심’에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예상이 든다. 서두에서 지적했던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는 현대인의 편견 또한 진배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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