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여성분이37년간 전문 투자자로 일하다가, 천호동에서 쭈구미 개업하셨다. 압구정동 투자신탁의 성공한 커리어우먼과, 앞치마에 밥볶는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었다.

외식업 참 힘든데, 그래도 숙원했던 일인지라 얼굴은  밝아보인다.

먹고 살기 위해서 창업하기도 하지만, 마음속에 담고있는 일은 어떻게든 해야 만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자신에 대한 예의. 사랑.

라고, 2년전에 썼었다.

요즘 쭈꾸미 사장님은 고민이 많다. 2년이 되었다고 집주인이 월세를 올렸다. 힘도 부치고, 중국인 직원이 너무 드세다. 그만두고 싶은데, 권리금을 생각하면 매장을 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매장을 잘 관리해서, 손실이 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가 상승세를 탈때까지 버티면 된다. 만약 손실이 지속된다면, 투자한 권리금은 포기하고 나와야 한다.

버티기에 좋은 방법은 사람을 쓰는 거다. 내 몸과 정신을 아껴서 가급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돈을 잃을수 있지만, 건강마저 장사때문에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면, 큰 회한이 들것이다.

권리금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비용이다.

외국도 비슷한 금액이 있기는 하다. 영업이 잘 되는 곳을 인수할때는 매출의 2,3개월치를 준다거나, 예의금이라는 명목으로 이전 사장에게 준다. 비교적 합리적이고,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다.

한국의 권리금이 독특한 이유는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이고, 일정한 기준이 없다. 지금 운영중인 분식집은 비싸게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 그때가 마침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오픈했을 때였다. 본래 사장은 가게를 넘길 의향이 없었으나, 우리가 무리하게 팔라고 요구했고,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었다. 

권리금은 사장의 영업력을 보상 받는 수단이다. 손님에게 인심 좋게 영업했다면, 당연히 권리금은 높아진다. 이런 일이 있었다. 

k아줌마는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우연히 세븐마트를(유사 편의점) 인수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적을 두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떤 결단이었는지, 대담하게도 권리금 수억원을 주고 세븐 마트를 인수했다.

그녀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 손님이 우산을 샀는데, 그녀가 보는 앞에서 우산을 폈다. 불량 우산이었다. 손님은 교환해달라고 했으나, k아줌마는 거절했다. 손님이 황당해하며 눈을 부라리자, 아줌마는 경찰에 신고했다.

세븐 마트는 담배를 판다. 담배를 구매한 손님이 마트 앞에서 새로 산 담배를 까서 폈다. k아줌마는 천식을 앓고 있어서, 항상 마스크를 쓰고 영업했다. 담배 연기는 그녀에게 쥐약이며, 자기 가게 앞에서 담배 피는 꼴을 못본다. 매출을 올려준 손님이라도 말이다.

아줌마는 나가서, 저쪽 가서 피라고 했다. 40대 아저씨는 눈을 부라렸고, 아줌마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런식으로 한달에 반 이상 경찰을 불렀다.주변의 헬쓰장 트레이너와 음식점 사장님은 그녀를 ‘이상한 여자’라고 칭했다.

세븐 마트는 매출이(당연한 일이지만) 떨어졌고. 3년만에 매물로 나왔다. 권리금은 다른 말로’인심값’이다. 인심은 인심대로, 매출은 매출대로 떨어진 이 매장을 누가 제값 주고 들어올까?

권리금은 족쇄이다. 이것은 단점이지만,  창조적인 발상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든다. 내 사업장 주변에 김가네 분식집이 있다. 

사실 김가네 사장은, 돈까스 사업을 접고 싶었다.(본래 돈까스 식당을 했었다.) 새롭게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엄두가 안났다. 돈까스 집에서 육개장, 설렁탕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개시해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권리금과 보증금 합쳐서 0억5천에 가게를 내놓았다. 실제로 작자가 나타났다. 그때 건물주는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기지 말고, 원상복귀한뒤 자신에게 반환하라고 이야기했다.

권리금을 보호하기 위한 법규가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갑은 건물주다. 건물주가 차기 임차인의 계약을 거부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월세를 터무니 없이 올리거나, 단순히 업종이 맘에 안든다고 거절하면 그만이다. 이런 일들은 입증하기 어려워서 법이 있기는 하지만, 보호받기 어렵다. 건물주에게 반환할 경우 권리금 0여억원은 날리는 셈이다.

실제로 근처 화장품 사장은 권리금 못받고 나갔고, 김가네 사장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가네 사장의 건물주 은수저(가명).는 동대문 일대에 건물 2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맨날 장사 안된다 징징대는 임차인에 진력이 났다. 영업과 계약이 깔끔한 법인 상대로 임대를 해주고 싶었다. 법인이 들어오면 어차피 광고목적이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투자를 많이해서, 건물이 자연스럽게 화장된다. 법인은 징징대는 사장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로보트 같은 알바들만 있다.

이미 4명의 임차인중 3명이 법인이다. 나머지 한명이 김가네 사장이었다. 은수저는 그도 나가주기를 바랬다. 그의 욕심은 점점 커져서 건물 관리를 최소화 하면서 수익은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잘 아는 것은, 내가 종종 은수저를 찾아뵙기 때문이다. 그는 내 건물주이기도 하다. 은수저는 미래학 책을 좋아해서, 인터넷 시대에 국경은 의미가 없고, 개인의 자산에 따라서 촌이 형성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었다. 실제로 교류하는 사람들의 직종은, 그의 자산 증식과 더불어서 다채로워졌다.

은수저의 집은 용인에 있는 000지구였는데, 일단 중국인이 없고, 고급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 생활 경험자가 많았다. 그들과 가볍게 목례를 할때면, 자신이 이곳에 산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얼마전 은수저는 새로운 비전을 품었다. S건설에서 디자인한 C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다. C아파트의 웅대한 자태가 드러났을때, 그는 홀딱 빠졌다. 저녁놀이 비칠때 한강의 금빛 노을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이미지가 강력하게 떠올랐다.한강 조망권이 확보된 층은 분양가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해볼만 하다. 법인에게서 해마다 5%씩 임대료를 올릴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나는, 김가네 사장에게 화는 났지만, 한편으로는 이땅에서의 최종 승자는 건물주이고, 가끔 초등학교 학생이 장래 꿈이 건물주.라는 대답을 할때면, 아이들의 직관에 놀란다.

대다수 건물주도 장사를 해서 건물주가 되었을 것인데, 본인이 세입자로서 힘들었을 때를 곧잘 잊는다. 권리금과 건물주와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건물주는 권리금이 어느 정도 왔다갔다했는지는 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를 내쫓아버리면, 큰 원한을 사게 될 것이다.

건물주 이야기

이태원 경리단길 오겹살집, ‘오름’에서 밥먹었던 적이 있다. 계산을 하면서 나오는데 느낌이 안좋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개인적인 사정상 올해까지만 영업’한다고….그래서 사장님 표정이 안좋았구나.

자영업에서 ‘개인적인 사정’이란, 장사가 안될뿐이다. 경리단길을 비롯 해방촌 연남동등 청년 창업자들이 일구어낸 상권의 임대료가 급상승중이다. 장사가 안되는 이유가,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욕심많은 건물주 때문에 남지가 않는다.

제대로된 건물주라면, 셈법 보다 자신의 욕심을 다스릴줄 알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더불어, 자영업자를 내모는 것은 대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홍대의 리치몬드 과자점부터 시작된 이런 현상은 상권이 괜찮다 싶은 곳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중이다. 기업은 배 이상의 임대료를 주고, 기존 업자를 내쫓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광고한다는 생각으로 영업을 한다. 건물주도 기업과 거래는 깔끔해서 좋다.

이런 건물주의 욕심은 결국 건물가치 하락으로 나타난다. 유행이 빠른 한국에서는 기업이 수십년 동안 그 건물에 있을리 만무하다. 높은 월세가 기업이라고, 부담안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가 바뀌면 빠져나오고 건물은 공실이 된다. 개인사업자는 대기업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 건물주는 기업에서 받은 만큼의 임대료를 받아내야만 한다. 월세는 건물가에 연동하며, 월세를 낮춘다는 것은 건물가 하락을 의미하기에 양보할 수 없다.

길을 걷다보면 돌을 팔아도 팔릴것 같은데, 공실이다. 그런 곳을 발견할때면, 건물주의 면상을 상상하곤 한다.

웹툰’미생’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회사밖은 지옥이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회사밖은 지옥이다.’ 웹툰 '미생' 중

욕심많은 건물주, 현실을 모르는 정책, 바닥 모르는 내수침체….지금은 움츠리고 있어야할 때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권리금은 사장의 영업 능력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권에 대한 기대심이 높아지면, 권리금도 오른다. 적자를 보지 않는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몸과 마음 챙기는 것이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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