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9시 : 사무실

문서들이 어지럽게 늘어져있는 이 피디의 책상.
이피디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박 대리가 두 손으로 이 피디의 어깨를 툭 친다.

“어이 이 피디, 뭐 고민있어?”
“아, 별건 아니구요 이번에 예산이 좀 빠듯해서 고민 중이었어요.”
“에이, 선수끼리 왜이래 잘 하면서.”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따 보자고, 오늘도 잘 부탁해.”

기분 좋게 웃으며 퇴장하는 박 대리.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시지?’
속으로 갸우뚱하는 이 피디.

10시 : 사무실, 박 대리 책상

책상 밑으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박 대리.
이 대리가 궁금해 슬며시 다가간다.

“박 대리님.”
“워맛 깜짝이야!”

이 피디의 부름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박 대리. 
손에 있던 무언가를 떨어뜨릴뻔했지만 순발력 있게 낚아챘다.

“아이고 내 카메라.”
“카메라요? 봐봐요, 카메라 사셨어요?”
“엉 오두막!”
“아이고 돈도 많으셔. 한번 봐봐요.”
“안돼, 부장님한테 혼나.”
“하 참, 그러는 분이 업무 중에 만지작거리고 계시나.”
“야 알았어 이따 보여줄게 12시에 칼 같이 가자고.”
“네네 알겠습니다.”

11시 50분 : 사무실, 이 피디 책상

“가자고 이 피디.”
“벌써요?”
“일찍 가야 안 기다리지 나가자고.”
“그래요.”

12시 : 거리

“아 이 피디 근데, 이거 뭐 봐도 잘 모르겠어”

새로 산 카메라를 이 피디에게 건네주며 묻는다.

“아 처음 써보시는 거예요?”
“응 그냥 인터넷 보니까 이게 젤 좋다 그래서 샀는데. 내가 뭐 쓸 줄을 알아야지.”
“네 제가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촬영하기 전에 먼저 세팅을 해야 하는데요. 여기, 동영상 녹화 크기 보이시죠?”
“응 그 뭐냐 4K 그거로 하는 게 어때?”
“4K도 좋긴 한데요 용량이 워낙 크고 편집할 때 감당하기 힘드실 거예요. 일단 취미로 하시는 거니까 1920×1080 이 정도면 적당하실 거고요. 프레임은 29.97fps 이거로 설정하시면 돼요.”
“응 그거 기억난다 초당 대략 30장 정도 찍힌다는 이야기지?”
“네 맞아요, 혹시 나중에 슬로 모션 걸고 싶으시면 59.94fps 이거로 설정하시면 되고요. 초당 찍는 사진 수가 많아지니까 슬로우 걸 때도 유리하죠.”

“응 알았어, 그다음은?”

“그리고는 화이트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요.”

“화이트 밸런스가 뭐야?”
“색온도를 맞춰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흰색과 화면에 나타나는 흰색을 같게 한다고 보시면 돼요.”

“색온도가 뭐야?”
“색온도는 쉽게 말해서 왜 새벽에는 세상이 조금 파랗게 보이고, 노을 질 때는 붉게 보이고 그러잖아요?”

“새벽은 잘 모르겠는데 노을은 확실히 그렇지.”
“네 그걸 카메라에게 알려줘야 해요. 지금 빛은 조금 붉은빛을 띠고 있다는 식으로요. 어떤 영상이 누렇게 나오고, 어떤 영상은 파랗게 나오는 경우가 있죠? 그게 색온도 때문이고요, 뉴스 같은 경우는 최대한 보이는 색감을 그대로 담아내려 하는 경향이 있고요. 일부러 붉게 하거나 파랗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색에 따른 느낌이 달라져서요. 붉은 걸 보통 따듯한 색감, 파란 걸 보통 차가운 색감이라고 하죠.”

“응 그래 또 어려워진다, 그냥 설정하는 것만 좀 알려줘.”
“네 설정은 여기 보시면 태양광, 그늘, 흐림, 텅스텐광, 형광등 같은 설정 등이 있죠?”

“응 그게 빛의 유형을 나타내는 거구먼?”
“네 맞아요. 고급 기종은 세부 설정으로 K값이라는 캘빈도 설정이 가능한데요. 도르륵 돌리다가 딱 볼 때 색감이 괜찮다 싶은 곳에 맞추시면 돼요. 제대로 보는 분들은 화이트 보는 판 같은 걸 사서 하기도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는 그럴 필요 까진 없을 거 같아요.”

“아이고 이야기하다 보니 다 왔네요.”

이 피디와 박 대리가 멈춰 선 곳은 우렁이 된장찌개 집

12시 10분 : 우렁이 된장찌개 집

“아주머니 여기 찌개 2개요.”

“네, 3번에 찌개 둘이요.”

“이 피디 근데 뭐 이렇게 설정할게 많아?”
“그냥 오토 놓고 찍으면 안 되니?”

“아 오토 놓으면 편하긴 한데 화면이 계속 변해서 나중에 보정할 때 힘들어져요.”
“영상에 통일성도 낮아지고요.”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다음은 뭐야?”

“이제 보시면 여기 아래쪽에, 60, 80, 100, 125 이렇게 바뀌는 거 보이시죠?”
“응 그게 뭔데?”
“이게 이제 셔터 스피드라고 하는 건데요.”
“셔터 스피드?”
“네 카메라 셔터가 얼마나 빨리 열렸다 닫히는지를 나타내줘요.”
“60은 셔터가 1/60초 만에 열렸다 닫히는 걸 뜻해요.”
“오 굉장히 빠르네, 그럼 이거에 따라서 뭐가 달라지는데?”
“빛이 들어가는 양이 달라지죠 빠를수록 적은 빛이 들어가게 되겠죠.”
“또 모션 블러라는 것에 영향을 주는데요.”
“모션 블러는 뭐야?”
“모션 블러는 움직이는 물체에 블러, 그러니까 흐리게 되는 현상을 말해요.”
“셔터스피드가 느릴수록 모션 블러가 더 많이 생겨요.”
“그래서 30fps 기준 1/60으로 많이 두고 가죠.”
“개인 취향 차이일 수 있는데 보통 fps 배수 정도로 하면 자연스러운 모션 블러가 나타나요.”
“가끔 화면에 검은 줄이 가로로 움직이는 플리커 현상도 나타나는데 1/60이나 1/120으로 하면 보통 사라지게 돼요.”
“이거는 형광등의 주파수랑 관계가 있는데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고요.”
“플리커 현상이 나타나면 셔터스피드를 조절해보자는 정도만 기억해두세요.”
“오케이 다음은 뭐지?”

“그다음은 조리개 값인데요”
“2.8이라고 쓰여있는 거 보이시죠?”

“응 이게 조리개 값인가?”
“네 맞아요, 지금 대리님은 좋은 렌즈를 사셔서 조리개값이 2.8까지 나오는데 보통 보급 렌즈 같은 경우 3.5부터 시작하기도 해요.”

“이 숫자는 무슨 뜻이지?”
“조리개 값은 자세히 알기에는 좀 복잡하고요 값이 낮을수록 빛의 양을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빛이 적은 경우 조리개 값이 낮은 밝은 렌즈가 유리하죠. 근데 조리개 값에 따라 심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도 유념해서 찍으셔야 돼요.”

“심도는 뭐야?”

“찌개 나왔습니다.”

보글보글 뚝배기에 맛있게 담겨있는 된장찌개에 군침이 돈다.

먼저 한 숟갈 떠 마셔보는 박 대리.
“캬 맛있네.”
“와 진짜 맛있네요.”

이 피디도 따라 맛있게 먹는다.

“아 하던 이야기마저 하자면 심도는요. 깊이인데 카메라에서는 피사계 심도를 의미하죠.”

“피사계 심도가 뭐야 왜 이렇게 어려워.”
“초점이 맞는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 쉬워요.”

“화면 보이는 부분 대부분에 초점이 맞는 경우 심도가 깊다고 말하고요. 일부분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는 맞지 않는 경우 얕다고 표현해요.”

“오케이, 심도가 얕다, 깊다는 초점과 관련된 이야기로 보면 되겠네.”
“그렇죠.”

“이제 녹화만 누르면 되나?”
“아니요 아직 하나 남았어요.”

“와 너무 복잡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진짜 필수적인 것만 알려드리는 거예요. 마지막이니까 잘 따라오세요.”

“그래 마지막이라니까 뭐.”

“마지막은 ISO라는 건데요.”
“ISO 무슨 약자야?”
“ISO 인증 뭐 그런 이야기 들어보셨죠?”
“응 그게 그거야?”
“네 국제표준화기구의 약자인데요.”
“거기서 정한 필름 감도 기준을 사용해서 그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센서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수치라는 거예요.”
“민감도라는 게 무슨 뜻이지?”
“센서가 빛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가에요.”

“ISO 감도가 높을수록 적은 빛에도 화면이 더 밝게 나오죠.”
“그럼 높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높으면 노이즈가 비례하여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어요.”
“물론 요즘 노이즈 감소 기능이 많이 좋아져서 갈수록 줄어들곤 있지만.”
“ISO 감도는 가능한한 낮게 해서 쓰는 게 제일 좋아요.”

“와 정리하자면, 화이트밸런스, 셔터스피드, 조리개, ISO 이걸 다 맞춰야 한다는 거지?”
“네 맞아요, 그냥 들을 때는 어려워 보여도 하시다 보면 금방 적응돼서 쉽게 하실 거예요.”
“렌즈는 그럼 어떤 게 좋아?”
“비쌀수록 좋죠.”
“아니 그건 누가 모르나 어떨 때 어떤 렌즈를 쓰고 그런 거 없어?”
“아 농담이에요, 렌즈마다 특성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그런 게 있긴 하죠.”
“그것도 알려주면 안 되나?”
“기본적으로 광각, 표준, 망원 이런 식으로 나뉘고요.”

“자세한 건 찾아보시고 직접 써보시면서 느끼시는 게 제일 좋아요.”
“아무리 설명해봤자 몸으로 느껴봐야 하거든요.”

“아, 이제 밥을 먹겠다 이거지?”

“정답!”

“그래 어서 먹어, 오늘은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
“그냥 더 정신만 없어진 거 같아.”
“식사하시고 직접 해보시면서 익혀보세요.”
“금방 배우실 거예요.”
“알겠어 어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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