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캘리그라피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

지구를 삼켜버릴 듯 거침없이 타오르던 여름이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살가운 바람이 우리 곁을 맴도는 것을 보면, 이건 분명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엄청난 폭염도 다가오는 계절의 기세에는 어쩔 수가 없듯이, 언제가 되어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나의 캘리그라피 작업과 집필도 마침내 그 끝을 보았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모든 집필에 온점을 찍었으니, 이제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캘리그라피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
캘리그라퍼(Calligrapher)로서 문장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고, 그 마음은 글자에 감성을 담아 보는 것으로 꿈이 실현되었다.
캘리그라피를 할 때는 가독성이 있으며, 문장의 느낌을 감정에 따라 잘 표현해야 하기에 글자를 보면 한동안 글자와 씨름을 해야 하는 게 필수다. 그렇게 하나의 글귀를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글자는 “나는 이런 마음을 품고 있어.”라고 말을 건네며 그 글자는 이내 작가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화를 걸어온다.
캘리그라피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그건 바로 글자의 호흡,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그 심상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렇게 감정을 담아 쓰는 글씨가 캘리그라피인 것이고, 필자가 작업한 글과 글씨로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딱히 어떤 분류로 구분 짓기에는 모호한 부분도 있겠지만, 글을 쓰며 느꼈던 감정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참고로,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는 노르웨이와 북극권까지의 여정이 담긴 책이며 사진 위주의 작업에 캘리그라피로 순간의 감정을 노래한 여행에세이다.
#2. 서체 1 - “은은하게, 부드럽게”
책에도 언급했지만, 한 독자는 필자를 보며 은은하게 스며드는 사람 같다고 한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의 서체는 저자와 함께 구름을 타고 흘러가듯 여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 북 타이틀에 이 서체를 선정한 건,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책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되었다.
- 북유럽, 노르웨이 그곳으로 떠나다



- 북유럽, 노르웨이 그곳으로 떠나다

- 노르웨이 뤼세 피오르 너와 마주하다

- 노르웨이 숲, 햇빛 사이로 그리움이 쏟아지다

- 이 길의 끝엔 내가 있을게

- 모습을 달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너는 거기 그 모습 그대로 내 곁에 있어 줘.

- 내 안에 너를 담다

#3. 서체2 - “토닥이듯, 다정하게”
-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일 거야

- 여기에서 잠시 쉬어 가렴

- 나는 지금 로포텐 제도의 끝, 오(Å)에 와 있어..

#4. 서체 3 - “짜릿하고, 강렬하게”
- 트롤퉁가

- 그저 살아있음이 감사한 오늘

- 바람은 불어왔고 구름은 흘러갔고 나는 그곳에 멈추어 있었다.

#5. 서체 4 - “속삭이듯, 아련하게”
- 난생 처음 만나는 백야 노르웨이의 그 깊고 푸른 밤

-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파란 하늘 가득 담고 있는 지금의 너라면

- 나는 그대의 건재함을 믿어
무심코 놓인 나무 하나 이름 모를 너의 존재에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
세상 모든 것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그대의 건재함을 믿어.

- 지금은 새벽 2시, 그러나 밤은 오지 않았다.

바야흐로 ‘가을’이라는 한 마디 단어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노르웨이 어느 산속으로, 피오르와 북극권의 백야 속으로 책과 함께 조용히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푸른 그 나라에 말을 건네 보자.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