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편집: 어떻게 장면을 연결할까?

아침 9시, 사무실, 이 피디 책상 위.
“이 피디, 이 피디, 이거 좀 봐줘 내가 찍어왔어.”
“오 많이 찍으셨네요.”
“어디서 찍으신 거예요?”
“응 딸이랑 근처 공원 가서 찍었어.”
“나는 육아일기를 비디오로 찍어서 올리려고.”
“귀엽지?”
“네 이 장면 너무 귀엽네요.”
“근데 이 피디, 내가 찍고서 그다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맞아요, 그걸 제가 안 알려드렸죠.”
“이제 편집을 배울 시간입니다!”
“좋았어!”
“근데 대리님 이 편집이란 게 말로만 설명드리기가 좀 그래서 오늘은 점심 말고 아예 퇴근하고 보시죠.”
“그래 뭐 오늘은 특별한 것이 있나 봐?”
“촬영만큼이나 중요한 게 편집이거든요.”

“과장님 오셨습니까?”
과장 밑 사원 일동이 큰 소리로 김 과장에게 인사한다.
이 피디 책상의 파티션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박 대리가 김 과장의 길목을 막고 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김 과장에게 길을 내어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등 뒤로 숨긴다.
“어 그래 박 대리.”
“어제 내가 해놓으라고 한 거 다 해놨나?”
“보고서 말씀이십니까?”
“네, 다 해놨습니다.”
“그래그래”
“근데 거 뒤에 그건 뭐야?”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줘봐!”
“네, 그.”
“뭐야 이거 카메라 아니야?”
“네 카메라입니다.”
“박 대리 이거 요즘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이런 거에 빠져가지고 이런 거 할 시간에 보고서 한자라도 더 보란 말이야!”
“따라와.”
“네.”
이 피디를 보고는 머쓱하게 웃음을 짓고 김 과장을 따라가는 박 대리
“아휴, 참”
멋쩍어 머리를 긁는 이 피디

점심시간, 사무실 밖.
“대리님 괜찮으세요?”
“뭐가?”
“아니, 아까 저기 과장님께 불려가셨잖아요.”
“아 그거?”
“아 별거 아니고, 그냥 업무 집중하라고 하시면서.”
“또 내가 보고서 딱 보여드리니까 기분이 촥 풀리시면서.”
“빵긋하게 해드렸지.”
사무실 복사기를 고치러 온 수리기사조차도 김 과장의 호통소리를 들었지만 이 피디는 더이상 캐묻지 않기로 한다.
“아 그나저나 그 편집 말이야 조금이라도 미리 알려주면 안되나?”
“내가 궁금해서 그래.”
“참 대리님 성격도 급하시다.”
“아이 그러지 말고.”
“내가 그럼 오늘 날도 덥고 하니까 시원하게 육칼 산다 육칼.”
“캬, 육칼 좋네요 가시죠.”

12시 10분, 문배동 육개장 칼국수 식당.
“아줌마 여기 육칼 두 개요.”
“응 육칼 둘.”
“이 피디 이제 한 번 설명해줘봐.”
“네, 찍어오신 거 보면서 해볼까요?”
“자, 여기”
“네 보시면, 낮에 자연광이었고 노출이고 감도고 설정 잘 하셨네요.”
“응 처음에 좀 헤맸는데 이 피디가 말해준 거 생각하면서 하니까 잘 되더라고.”
“네, 일단 화면은 좋고요.”
“이번에 영상 찍으시면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어요?”
“글쎄, 나는 그냥 딸아이가 귀여워서 찍었지.”
“그 아침에 말했듯이 딸아이 키우는 육아 비디오로 올리려고.”
“그럼 저번에 말씀드린 재미, 감동, 정보 중에 재미에 가깝다고 봐야 할까요?”
“흠, 재미보다는 그냥 귀여움?”
“귀여움도 좋죠, 나중에 영상이 많아지면 귀여운 이미지가 다 소비되어 버려서 사람들이 식상해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정보 측면을 조금 더 보태면 어떨까 싶어요.”
“정보?”
“네, 뭐 육아 정보 같은 거 있잖아요.”
“이번엔 공원을 가셨으니까,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공원 Top10’이런 식으로 제목을 잡는 거죠.”“오 그거 괜찮네.”
“보시면 지금 그냥 하은이만 계속 따라가면서 찍으셔서 앵글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어요.”
“또 멀리서도 찍고 가까이서도 찍고 하면서 다양성을 주면 좋겠어요.”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때 시켰던 음식이 나온다.
“자 육칼 두 개요.”
“화면이 다양해야 한다는 건요.”
“예를 들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상황이다 하면.”
“멀리서 식당 전경을 보여주고.”
“식당 안에 들어가서 내부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주인공이 자리에 앉은 뒤 주인공 테이블을 좀 더 가까이서 보여주고.”
“주인공이 앉아서 메뉴판을 드는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보여주고.”
“그다음 메뉴판을 가까이서 보여주고.”
“다시 조금 멀리서 주인공이 메뉴판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무언가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시점에서 다가오는 종업원을 보여주고.”
“그래, 아 좀 이해가 가네.”
“일단 좀 먹어.”


“그럼 내가 잘 이해했는지 먹으면서 들어봐.”
“내가 이번에 공원에 우리 딸하고 간 경우에는.”
“멀리서 공원 풍경 보여주고.”“뭐 공원 이름 써진 안내판 같은 거 보여주고.”
“딸아이가 들어가는 장면 보여주고.”
“안에서 딸아이가 관심 가졌던 말 동상 하나 보여주고.”
“아 그전에 좀 더 멀리서 말 동상이랑 딸아이같이 찍은 거 보여주면 좋겠네.”
“아우 잘하시네, 계속해보세요.”
“그리고 아이 표정 좀 더 가까이서 보여주고.”
“시점이 여러 개면 좋다고 했으니까.”
“아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말 동상 보여주고.”
“뭐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네?”
“이야, 타고나셨네 우리 대리님.”
“대리님 드세요 면 다 불어요.”
“아 그래그래.”
“나머진 퇴근 후에 이야기하자고.”

18시, 박 대리 책상.
“대리님.”
“응.”
“퇴근하셔야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그래그래 나머지 강의를 마저 듣자고.”

18시 10분, 회사 건물 앞.
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로 이 피디와 박 대리가 헤집고 걸어간다.
“이 피디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일단 따라와보세요.”
“아니 어디 가는지는 알고 가야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피디를 따라나서는 박 대리.

18시 30분, 어느 빌딩 앞.
“따란.”
“다 왔습니다.”
“뭐야?”
“카페?”
“카페 갈 거면 우리 회사 앞에 바로 있는데 뭐 하러 여기까지 걸어왔어.”
“아니 그 아래요.”
“뭐 DVD방?”
“너랑 나랑?”
박 대리는 당황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 그냥 따라오시라니까요.”

DVD방 프런트.
“어서 오.”
남자 직장인 둘이 DVD방에 온 것은 처음 보는 사장이 당황하여 말을 더듬는다.
“세요.”
“아 이 피디 나가자고, 이게 뭐야.”
“아 기다려보세요.”
박 대리를 달래고 진열대로 가는 이 피디.
케이스를 뒤지더니 하나를 집어 가져온다.
“이걸로 할게요.”
“오 영화 취향은 또 젊으시네”
무안한 분위기를 깨려 괜히 쓸데없는 말을 던지는 가게 주인
“어디 봐요”
박 대리가 가게 사장의 손에서 DVD를 낚아 채간다.
“뭐, 베이비 드라이버?”
“뭐야 이거?”
“요거 딱 보시면서 어떻게 화면을 이어 붙이는지 알려드릴게요.”
“아 그리고 사장님, 컵라면 두 개만 주세요.”

DVD방 안.
영화가 시작된다.
“아 이 피디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자자 영화 시작합니다.”

“보세요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조금 멀리서 저렇게 지금 어디라고 상황 설명해주는 컷이 하나 들어갔죠?”
“응 그러네, 은행에서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다 이거지?”
“네.”
“근데 이걸 어떻게 보여주는지 같이 보시죠.”
뒤로 감는 이 피디

“자 보시면 처음에 차 두 대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고 ”

“교차되면서”

“짠, 하고 차 사이에서 은행이 나오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화면은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 혹은 정지한 화면은 지루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은행 건물만 찍어서 보여줬으면 이게 동영상인지 사진인지 혹은 뭐가 고장 났나 하면서 관객들이 당황했을 거예요.”
“대신 감독은 앞에 차 두 대를 지나가게 하면서 화면을 좀 더 재밌게 만들었죠.”
“이것은 편집보다는 연출에 가깝지만 아무튼 같이 다룰게요.”

다음 장면을 보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차가 들어오죠 이것을 ‘프레임 인’ 이라고 하는데 화면 안으로 무언가 들어온다는 뜻이죠.”
“OK, 프레임 인”

“네 그다음으로는 차가 들어와서 완전히 멈추고요.”

“그다음 운전대가 나오죠, 그럼 관객은 이제 누군가 이 차를 운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밑에서 MP3가 나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서 동시에 음악이 시작되죠.”
“어, 이것도 그럼 프레임 인 이네?”
“역시 박 대리님이셔.”

“이제 재밌는 편집에 시작되는데요.”
“빰빰 하는 비트에 맞춰서 커트가 넘어가요.”
“넘어가서도 심심하지 않게 주인공이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요.”

“다음 빰빰 때 조수석에 앉은 인물을 보여주죠.”

“빰빰!”

“빰빰!”
“이렇게 4명의 등장인물을 보여주고.”
“멜로디를 리드하는 기타가 나오기 직전에 마지막 빰과 동시에”

“여자가 문을 쿵하고 열어요.”
“그리고 기타 연주가 시작되죠.”
“그러고 나서”

“문 아래에서 위로 카메라 고개가 올라가고요.”

“조수석에 있던 인물이 차 밖으로 나오죠.”

“그러고 나서 조금 더 멀리서 찍은 장면으로 나머지 인물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여줘요.”

“이 부분에서는 카메라가 왼쪽으로 이동하죠.”
“감독은 인물들을 한 장면에 담고 싶어서 그들이 동시에 트렁크를 열게 해요.”
“이 피디 근데 이건 촬영할 때 잘 찍어야 하는 거 아냐?”
“맞아요, 사실 편집과 촬영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가 없어요.”
“연출도 마찬가지고요.”
“오케이.”

“사실 더 깊게 들어가면.”
“컷들을 어떻게 하면 잘 붙는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요.”
“붙는다는 게 무슨 의미야?”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을 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붙는다라고 표현해요.”
“그것들을 ‘매치 컷’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앵글 매치, 아이라인 매치, 모양 매치, 사운드 매치, 색감 매치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요.”
“오오 그것도 알려주면 안 되나?”
“그럼요 나머지 보시면서 나올 때마다 알려드릴게요.”
“오 좋다!”
“이야 오늘 잘 왔네 이 피디랑.”
“하하 좋아하시니 저도 좋네요.”

그렇게 둘은 컵라면을 먹으며 영화를 계속 봐나간다.

 

참고 도서: 게일 챈들러 저, 민경원 역, <장면으로 직접 보는 위대한 영화의 편집 문법>

이미지 출처: <베이비 드라이버>, on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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