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창업을 한지 26개월, 벤처캐피털에서 펀딩을 받은지 11개월만에 대표로서 Go 아니면 Stop 이라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Stop은 회사의 청산을 의미했고 Go는 나 혼자 다시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Go를 선택했고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그 당시 생각하기 어려웠을 다양한 사업 기회들을 뛰는 가슴으로 준비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1년간 열심히 시장 조사를 하고 주말에는 수거배달을 하면서 세탁물 수거배달 서비스인 크린바스켓을 준비했다. 초기 수요도 긍정적이고 당시 음식 배달업을 중심으로 O2O (Online to Offline) 생활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핫”한 시점이어서 벤처캐피털들의 미팅 요청도 많은 상황이었다. 10년간 몸담았던 금융업을 “자퇴”하고 뛰어든 세탁 시장. 나에게는 모두가 쓰고 있는 서비스이면서 세탁산업에 장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큰 기회로 보였다. 투자유치는 창업 1년 3개월만에서 성사되었고 계획했던 대로 투자금은 서비스 지역을 10개 구로 확대하고 마케팅 쪽에 집중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사업 준비단계와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마케팅 투자대비 고객유치가 더뎠고 매출 증가 속도보다 배달 관련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브래이크를 밟아야 하는 시점에서 후속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악수를 두게 되었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반적인 O2O 애플리케이션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평소 긍정적인 나의 성격은 어려울 때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사업 중간중간에 다시 시작한다면 이렇게 했을텐데 생각했던 적이 많은데 타임머신을 타고가서 다시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직원 한명과 2016년 12월 크린바스켓 2.0을 시작했다. 이번 달 크린바스켓 3.0을 개시하면서 그동안 지난 시간의 의미과 깨달음을 정리해 보았다.

1. 사업 계획은 연필로 쓰세요

“Everybody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Mike Tyson
“주먹으로 입을 한대 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계획은 갖고 있다” – 마이크 타이슨

긴 시장 조사와 준비 기간을 거쳐 창업을 했는데 막상 현실은 달라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은 사업가로서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나의 경우처럼 세탁과 물류 분야 경험이 전무한 경우는 사업 초반 하루 일과처럼 느껴졌다. 국내 최초로 앱을 통해 세탁주문을 하고 수거배달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젊은 1인 가구를 주 타겟으로 잡았다. 하지만 사업초기부터 지표는 우리가 타겟을 잘못 잡았다는 시그널을 보여줬다. 비용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방문당 매출금액이 중요했고 수거배달 요청 시간에 고객이 집에 있는 것이 주요했다. 그리고 세탁은 워낙 단골장사여서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가치를 줘야 하는데 세탁은 3-5년 단골을 쉽게 뺐어 올 수 있을 만큼의 차별화가 어려운 서비스였던 것이다. 이런 경우 최고의 가치는 가성비였고 이 측면에서 가장 수요가 큰 곳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구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이에 따라 기존 10개 구에서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로 서비스 지역을 축소했고 마케팅도 고급 아파트 단지에 집중했다.

업의 본질에 대한 배움은 실전과 현장 속에서 긴 시간을 거쳐 이루어진다. 따라서 창업 전의 준비는 20-30% 완성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창업 후 1-2년을 나머지 70-80%를 채워가는 과정으로 접근한다면 예산 편성이나 인력 충원 타이밍에 있어서 더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배움과 깨달음의 연속인 사업 초기에는 구성원들의 사고 뿐만 조직도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2. 답은 고객에게 있고 문제는 나한테 있다.

나는 지금 1년 8개월째 매일 세탁물 수거배달을 하고 있다. 대표의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기분이다. 매일 매일 고객과 세탁소와 대화를 나누는 이런 시간들은 크린바스켓의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달업과 달리 세탁은 고객과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 수거배달 시간을 확인해야 하고 옷 관련 이야기도 나눠야 하고 무엇보다도 고객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최대한 빠르게 사업에 반영을 하고 있다. 마케팅에 있어서 많은 영감은 신규고객에게 사용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나왔다. 고객들이 배달 차량을 보고 연락을 준 경우가 많았고 첫사용 계기가 일반 옷 세탁이 아닌 신발, 이불 세탁 또는 다림질만 맡기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세가지를 반영해서 차량을 세가지 포스터로 장식을 했고 그 이후 주차시 다가와서 전단지나 쿠폰을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하였다.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일수록 의사결정자는 현장에서 고객을 관찰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초기에는 시장조사보다 고객들이 말한마디, 행동하나가 알려주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집앞 세탁소와 프렌차이즈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집앞은 비싸고 프렌차이즈는 싸지만 품질이 안좋은 현실을 답답해 하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전단지 카피가 하나 만들어졌다. “집앞도, 프렌차이즈도 아닐 때 크린바스켓과 상의하세요”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오더라도 정기적으로 수거배달 업무를 하며서 고객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크린바스켓이 세탁으로 충분한 인정을 받게 되었을 때 꼭 고객분들에게 세탁 말고도 크린바스켓이 무엇을 해드리면 좋을지 묻고 싶다.

3. 경험 + 큰 그림 + 작은 조직 : 중요한 것들을 챙길 좋은 기회

사업의 극단적 축소를 통해 성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좋은 서비스,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데 좀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직이 작았던 만큼 이 시점에서 서비스와 브랜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적기였다. 브랜드를 생각할 때 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몰아보았다. 내가 총에 맞아 마지막 한숨이 남은 상황에서 크린바스켓이 어떤 서비스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난 죽기 전에 “압구정 주부들이 선택한 세탁 서비스”라고 말했을 것이다.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적극적인 마케팅과 입소문으로 신규 고객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었고 서비스와 품질에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었다. 결국 이 카피로 전단지가 제작되었고 전단지의 구매 전환율이 이전보다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올해 안으로 현대아파트 10가구 중 1가구는 크린바스켓을 쓰게 될 전망이다. 많은 서비스들이 프리미엄을 외치지만 고객은 그 서비스를 직접 쓰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회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압구정동에서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세탁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직관적인 검증을 하게 해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뿐만 아니라 다른 고급 아파트내에서의 높은 점유율은 올해 여러 건설사들의 프리미엄 아파트/임대주택 내 세탁서비스로 선정되는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되었고 쉐어하우스/오피스로도 확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처음으로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그 순간은 살면서 경험한 가장 큰 스케일의 실패처럼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투자자가 내가 힘들어할 때 말해 준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다”라는 말처럼 스타트업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재 처한 상황을 이전 보다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과 수요를 발굴해 가면서 재도전 한다면 그 아이템으로 결국 성공을 못할지라도 사업가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며 다음 도전의 성공 확률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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