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서, 힘든 것은 매출이다. ‘현금은 비즈니스의 여왕’이라는 말이 있다. 매출이 좋으면, 만사가 해결된다. 직원과의 갈등, 진상 손님과의 마찰, 경쟁업체와 소모적인 기싸움…이 모든 것은 사업을 하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다. 매출만 높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예전에 분식집을 할때는 하루 700만원씩 팔았다. 2천원짜리 김밥, 4천원짜리 우동을 팔면서, 일매출 700을 올렸다니 지금 생각해도 까마득하다. 직원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밥장사를 하면서, 정작 본인은 밥먹을 시간이 없어서 빵과 우유로 때워가며 장사를 했다. 이때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한번은 참치 김밥을 손님이 먹었는데, 참치 가시가 목에 걸렸다고 한다. 참치 김밥의 참치는  참치 통조림을 사용한다. 당시 야간 종업원이 임시처방으로, 목에 가시가 걸렸다면 밥을 삼키면 괜찮다고 했다. 손님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화가 났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화가 난 상태로 손님은 나갔고, 그 다음날 전화가 왔다. 병원에 갔는데 가시를 뽑았으니, 치료비를 물라고 한다.

우리는 참치캔 회사에 전화했다. 그 가시를 가지고 오면, 변상해 주겠다고 한다. 그 손님에게 다시 전화하다. 가시를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말만 하고, 결국 오지 않았다.

음식장사에는 이런 일이 많은데, 만약 장사가 안될때 이런 일이 생기면, 산다는 게 고달파진다. 장사가 잘 될때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손님은 진상이고, 나는 돈을 벌기 때문이다.

 ‘매출이 다수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매출의 천적은 ‘조급함’이다. 조급해서는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지만, 매출이 떨어지면 조급함은 커진다.  병든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듯이, 매출이 떨어지면 멀쩡한 직원도 얄밉게 보이고, 정당한 휴식도 땡땡이처럼 보인다. 당연 말한마디 곱게 나가지 않는다. 또 옆집은 얼마를 팔았다더라. 혹은 우리집은 손님이 없는데, 옆집은 줄서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면, 그 심정은 그지같다.

장사는 오늘 하루 매출에 웃고 우는 것이다. 사업은 적어도 10년은 내다보기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장사’와 ‘사업’을 어떻게 구분해야할지 몰랐다. 

‘왜 오늘 이렇게 장사가 안될까?’ 보다는, ‘나는 이 일을 10년간 계속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장사는 잘 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다. 또 주변 사람들은 매출 떨어져서 내가 의기소침하기를 바란다. 물론, 장사 안되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하지만, 난 이 일을 10년은 할 것이다. 10년을 보고, 장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한강 성심 병원.

주방 사고는 위험한데, 실장님이 미끄러진적이 있다. 마침 넘어진 자리에 우엉을 삶아놓았기 때문에 화상을 입었다. 깊지는 않지만, 범위가 넓다. 바로 찬물로 응급조치를 취했다.

기본적인 사항인데, 막상 일이 터지면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응급 조치 못한다. 그 전에도 비슷한 일이 한번 있었다.

경구는 (이름도 안까먹는다) 팔팔 끓는 육수를 계단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무식한 놈)양동이가 계단에 부딪힐때마다, 뜨거운 육수가 찰랑 손등에 닿았다.찬물에 응급조치를 취하면 되는데, 그 손으로 뜨거운 불에서 조리를 했다.

시간이 지나자 정도가 심해져서, 응급실로 갔다. 응급 조치만 하면 아무 일도 아닌데, 상처를 키워서 수술까지 했다. 산업재해로 보험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중국 교포라 꽤 복잡하다. 해당 공무원까지 왔지만, 절차와 서류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내 돈내고 빨리 처리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여러모로 조마조마하다. 가스가 새는건 아닌지, 직원이 넘어져서 골절당하는 건 아닌지, 생뚱맞은 곳에서 손님 컴플레인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편의점 사업도 알바에게 맡겨두기만 하면 될까? 손님에게 잘할까. 계산은 정확하게 할까? 마음이 안놓인다. 쉽지 않다. 근데  불안한 대가가 장사 아닌가. 이런 불편한 마음이 혁신의 동력 아닌가. 그리고 잘 되면, 큰 수익과 은퇴없는 현역생활을 보장한다.

마음 편하려고 하자면, 아무것도 안하면 된다. 그럼 역시 아무것도 안떨어진다.

비지니스는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에서 균형을 잡기다.

다시 돌아와서 장사와 사업은 어떻게 다를까? 어떤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장사’란 마당에서 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사업은 기업에서 하지요. 기업은 ‘업을 세우는’것이 일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주어진 일을 하면, 장사이고, 시키지 않아도 ‘일을 만들어내면 , 사업.’이라고 받아들였다. 

지금 직원들도, 내가 그들을 부리는 입장에 있는 것인가? 부릴려고 하면 화만 난다. 내 생각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들 덕분에 ‘내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고, 사실이 그렇다. 직원이 없고, 나만 일한다면 내키는 대로 일을 할 것이다. 투자를 하고,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사장이 몰입하기 위한 장치다.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 비용을 치루어야 움직인다.

소자본 사업은 돈을 버는 사업일까? 과감하게 투자해야 실행한다.

회사가 싫고,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사업 시작해보면, 사업도 만만치 않다. 회사 생활은 스트레스를 같이 풀수 있는 동료라도 있지만, 자영업은 혼자다. 그래도 내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가야한다. 계속 방황만 할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지말라.

‘자기 개발’은 큰 산업이다. 책과 강연이 넘쳐난다. 소프트웨어만으로 승부해야하기 때문에, 소비자(독자)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는 말이다. 한때 잡스가 죽었을 때, 잡스 증후군에 걸린 젊은이들이 많았다.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갔는데도, 자기와 맞지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두어 버린다.이렇게 그만두면, 대책이 없다. 좌표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좌표가 될 수 없다. ‘좋아한다’는 것은 감정이고, 감정은 일관성이 없다.

대학때 아르바이트로 일본 가이드를 하다. 첫날, 손님을 모시는데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김치가 없고, 침대가 너무 작다고 컴플레인을 1시간 반동안 하셨다.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당시 일본비자는 15일이었다. 돌아갈 날이 14일이나 남은 셈. 뭘해야될지 몰라 까마득한데, 컴플레인 할아버지 손녀딸이 있었다. 그 손녀딸은 골프를 치지 않기에, 호텔에서 빈둥거렸다. 나와 동갑이었고, 나도 빈둥거리고 있는 처지여서 함께 유원지에서 놀았다. 컴플레인 할아버지는 손녀딸과 놀아주어 고맙다며, 팁을 주셨다. 군대에서 고참이 엄청 때리고나서 단팥빵 사줄때의 기분이었다. 이런 일들이 팀마다 한번씩은 꼭 있었다.

또 한가지 경험은, 미아리에서 닭한마리를 팔때다. 그 전까지는 나도 회사를 다녔다. 나는 스스로 하기 보다는, 시켜서 하는 일을 더 잘한다. 그런데도 ‘장사 집안’이다보니, 회사를 다니면서도 항상 ‘사업, 창업, 장사’라는 생각에 빠져있었고, 회사생활은 오래하지 못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첫번째 사업이 미아리에서 닭한마리 였다.

미아리는 장사하기 힘든 동네다. 취객을 다루기도 힘들고, 돈이라도 많이 벌면 괜찮은데, 얼마 벌지못한다. 취객의 오바이트 치우고, 깍두기 아저씨들 담배 심부름 하고, 이런저런 손님들의 꼬장 받아주었다. 나도 애가 둘인데, 하대 취급 당하면 자괴감도 많이 느낀다. ‘나이 들어서 보다는, 젊을때 이리저리 치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다. 그 일을 3년간 했다. 덕분에 마음도 다치고, 좀 늙었다. 내가 얼마나 부당한 권력에 무력한가?라는 것을 깨닫다.

‘나와 맞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란,’편한 일’일 경우가 많았다. 사람 만나지 않고, 갈등도 없으며, 혼자서 하늘하늘 꼬물꼬물 하는 것, 이런 일들이 대충 내가 좋아했던 일인데, 이런 일들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가이드나 외식업을 하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 손님이 엉뚱한 것으로 트집잡고, 음식에서 이물질이라도 나오면, 쥐구멍에 숨고 싶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무릎 꿇고 빌어야할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하고나면,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치밀해지기도 한다. 당연한 것들에, 감사함도 새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이 일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라고 묻자. 그리고, 많은 일들은 당장은 몰라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이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은, 밑도 끝도 없다. 지금 일이 아무리 좋아도, 더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마련이다.

지금 주어진 일이 천직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지 말고, ‘성장’을 구한다. 매출에 일희일비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장사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실력이 되어야 한다. 여명의 눈동자를 쓴, 김성종 작가는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히 활동한다. 글을 쓰는 그의 이유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다.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다.

할수 있는 것은, 실력뿐.

미아리에서 사업할때, 조개구이집이 있었다. 장사 잘 하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앉으면, 쫀득이, 어포 같은 싸구려 불량식품을 준다. 옛추억을 떠올리며 담소를 나누라는 전략이다. 가게 곳곳에는 군대마크가 붙어있어서, 예비역들의 군대 이야기를 자극한다.

잠시후 조개 등장. 본래 조개는 껍질 덕분에 부피가 크다. 부피감에 압도당한다. 조개외에 통오징어와 고구마, 가래떡등 소소하게 구워먹을 거리를 제공한다.

이상하게도 조개구이는 할 이야기도 많고, 할 일도 많다. 조개도 뒤집어야 하고, 이야기가 떨어지면, 가리비가 퍽퍽 터진다.

계산하면, 카운터에서 야쿠르트 준다. 최후까지 무언가 주려는 마음 씀씀이를 보면, 감동 받는다. 맛이 어땠는지 평가할 수 없지만, 맛 있었던 것 같다.

조개구이 사장님은 권리금 장사를 하셨다. 장사가 안되는 매장을 인수해서, 잘되게 만들고, 권리금 얹어서 가게를 되판다. 그날 얼마를 팔고, 얼마가 남는가는 관심밖이다. 손님으로 바글바글하게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다. 손님 많아서 망하는 경우는 없다.

며칠전 외식업 잡지 보니까, 조개구이 사장님이 나왔다. 난 미아리에 있는 3년 동안 별별 일을 다 겪었다. 그 척박한 상권에서도 이 사장님은 가게를 5개 운영중이다. 고객, 직원, 시장에 대한 감각을 키워온 결과다.

상황은 항상 어렵고, 어떻게 될지 예측할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 실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정 기술이나 근면 성실같은 실력은, 갈고 닦을수 있다. 통제 가능한,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1 COMMENT

  1. 다시 읽어봐도 역시 멋진 글입니다! ^^
    무한한 내용이라 두번에 끊어서 내도 되는데…. ㅋㅋ
    내용이 역시 알차서 또 킵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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