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 제도는 면적이 1,399km2, 인구 약 4만 7천(1992) 명으로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작은 규모의 섬이며, 21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가르(Vágar)섬의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의 뵈스달라포수르(Bøsdalafossur)와 고사달루르(Gásadalur)의 무라포수르 (Múlafossur)는 갤럭시 8 광고 촬영지로 나오기도 했던 곳입니다.
절벽 위에 호수가 있고 그 끝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대서양의 바다로 이어지는 말도 못 하게 비현실적인 곳에 닿았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머나먼 우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좋을지 먹먹하기까지 한 순간이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절벽 해안을 다 담기 위해서 광각렌즈가 필요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파노라마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리고 사실 말이 안 나오는 절경이었기에 그 어떤 사진가가 와도 이 아름다운 풍경의 감동을 다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사진가 ‘숀 오코넬’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저도 그런 순간을 만난 것이었죠. 노르웨이 북극권에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했지만, 이곳은 대자연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새벽부터 준비하고, 질퍽한 물웅덩이와 비바람에 맞서 호수 옆길을 따라서 묵묵히 걸어갔고, 그 길 끝 절벽에서 만난 풍경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눈물만 흘러내렸고 그 앞에서 가만히 시간도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할 때는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집과 호수, 절벽 그리고 바다 이 모든 것을 한 장에 담기 위해 20mm 렌즈로 하나의 프레임 속에 다 담길 수 있도록 촬영을 했으며, 일출 후 햇빛이 강렬하게 들어올 때 촬영을 해서 절벽의 디테일이 잘 살아나도록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진으로는 맑은 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촬영할 때에는 비바람이 거세서 렌즈에 빗방울이 많이 묻어서 계속 닦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