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 페로 제도 (1)

[윤재선 작가의 사진 이야기]

0
316

프롤로그

 여러분은  “심장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야지, 다리가 떨릴 때 여행을 떠나면 안 된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필자는 이 말에 무척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떠나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갑자기 만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직접 고통을 느껴 보아야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필자는 2010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후, 가능하면 1년에 한 번씩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며 많은 풍경을 눈에 담아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계 곳곳을 돌면서 사진과 눈 속에 많은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 올리게 될 글은 바로 그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으로나마 저와 함께 여행을 떠나주시기를 바랍니다. 

※ 지명은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덴마크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1. 가슴 떨리는 한순간을 찾아서

 2015년 6월, 노르웨이 여행 중 동행한 지인의 여행 사진 속에서 안개가 자욱한 페로 제도의 모습을 눈에 담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섬 여행을 좋아한다는 말을 건네자, “그러면 안개가 자욱하고 비바람이 심한 곳이라 해를 뜨는 것을 보기가 힘들지만, 한순간의 빛 내림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곳이 있는데 꼭 가보길 추천한다.”는 말을 들었죠. 바로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페로 제도에 꼭 갈 것이라는 저의 다짐은. 2015년에 알게 된 ‘페로 제도’는 그 이후 저의 검색 대상 1순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도 여러 번 갈아타야 하고 정보도 많지 않아서 페로 제도에 닿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본격적으로 여행작가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퇴사 후에 떠난 여행이었으니까요. 2017년 10월, 드디어  덴마크령 섬, 페로 제도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만난 풍경은 그야말로 숨이 멎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세계였답니다.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20.0mm/ 1/160 / F8.0

2. 내셔널지오그래픽, 섬 여행 전문가가 뽑은 가장 가고 싶은 아름다운 섬 1위에 뽑힌 ‘페로 제도’

페로 제도는 면적이 1,399km2, 인구 약 4만 7천(1992) 명으로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작은 규모의 섬이며, 21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가르(Vágar)섬의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의 뵈스달라포수르(Bøsdalafossur)와 고사달루르(Gásadalur)의 무라포수르 (Múlafossur)는 갤럭시 8 광고 촬영지로 나오기도 했던 곳입니다.

절벽 위에 호수가 있고 그 끝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대서양의 바다로 이어지는 말도 못 하게 비현실적인 곳에 닿았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머나먼 우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좋을지 먹먹하기까지 한 순간이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절벽 해안을 다 담기 위해서 광각렌즈가 필요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파노라마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리고 사실 말이 안 나오는 절경이었기에 그 어떤 사진가가 와도 이 아름다운 풍경의 감동을 다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사진가 ‘숀 오코넬’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저도 그런 순간을 만난 것이었죠. 노르웨이 북극권에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했지만, 이곳은 대자연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새벽부터 준비하고, 질퍽한 물웅덩이와 비바람에 맞서 호수 옆길을 따라서 묵묵히 걸어갔고, 그 길 끝 절벽에서 만난 풍경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눈물만 흘러내렸고 그 앞에서 가만히 시간도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할 때는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집과 호수, 절벽 그리고 바다 이 모든 것을 한 장에 담기 위해 20mm 렌즈로 하나의 프레임 속에 다 담길 수 있도록 촬영을 했으며, 일출 후 햇빛이 강렬하게 들어올 때 촬영을 해서 절벽의 디테일이 잘 살아나도록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진으로는 맑은 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촬영할 때에는 비바람이 거세서 렌즈에 빗방울이 많이 묻어서 계속 닦아야 했습니다.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20.0mm/ 1/160 / F6.3

3. 인생의 어느 한순간을 만났을 때

 페로 제도가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가 비가 내리는 곳이라서 해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저는 운이 좋게도 절벽 끝에서 일출을 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북대서양의 지평선과 끝없던 절벽, 층층이 새겨진 그 틈사이에 내려앉던 절벽의 부서짐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려옵니다. 어쩌면 칠흑같던 거침없는 파도의 부서짐의 어두운 색상에 대비되어 더 밝게 빛나는 햇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저마다 힘든 순간이 있듯이 암울할 때가 있지만, 그 어둠의 이면엔 빛이라는 희망이 다가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옹지마라고 삶에 있어서 기쁘고 슬픈 일은 번갈아 오기도 하지만 그런 기복이 있어서 행복한 순간은 또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에게는 많은 울림을 준 일출과 빛내림이었기에 이 사진은 아크릴 페인팅 그림도 그려서 개인 사진전에 출품하기도 했던 소중한 장면입니다.

쇠르보그스바튼에서 일출을 만나다 (윤재선 作) 2018년 아크릴 페인팅 / 캔버스에 그림

언젠가 페로 제도에 닿았었고,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그곳에 닿고 싶은…….

<언젠가 페로 제도> 中에서

에필로그

글 쓰는 사진가, 윤재선
필자는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느낀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때로 사진일 수도 있고 글이나 그림, 캘리그라피이기도 합니다.
형태는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가공인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니 농아인은 수어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더딘 걸음이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행길에서 따스함을 담고, 
책과 사진 전시로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습니다.

국내와 해외, 어디든 좋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
사진전 혹은 책으로 출간을 하고 싶은 분은 연락주세요.

저서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 2018
《언젠가 페로 제도》 2019

사진전
2015 삼성동 코엑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2019 충무로 나미브 <언젠가 페로 제도> 개인전
2019 삼청동 한벽원미술관 <FØROYAR>  개인전

e-mail: yuntpop@naver.com

blog: https://blog.naver.com/yuntpop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yuntpop

facebook: https://www.facebook.com/yuntpop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