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언젠가, 페로 제도 (2)

0
132

1. 가슴 떨리는 한순간을 찾아서

 편도 기준으로 비행기를 세 번은 갈아타야 하는 페로 제도! 이름도 생소하고, 가기도 쉽지 않은 덴마크령 어느 작은 섬에 왜 그토록 가고 싶었을까요? 누구나 꿈꾸고 그리워하는 버킷리스트 여행지, 필자가 생에 한 번은 꼭 닿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페로 제도에 발자국을 남겼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은 느낌인데, 그 순간을 대변하는 사진 한 장으로 문을 엽니다. <페로 제도>라는 필자의 두 번째 개인전 포스터로 쓰이기도 했던 사진인데요, 섬 뒤에 또 다른 섬이 그야말로 병풍처럼 늘어선 곳이며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연무로 가득한 섬 안에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상상해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안개 속에서 유심히 바라보아야 하는 것, 그리고 책에서 읽은 생텍쥐페리의 글, 이를테면 그런 것들이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에,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잡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정말 그런 것 같아.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란다.”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 中에서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어린 왕자》 中에서

트이외르누비크에 다다랐을 때, 고요한 바다 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자신과 내면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행성에 파도가 슬로우모션으로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자욱한 풍경 속에서 이유 모를 안개에 대한 선망과 차분함,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고, 저서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렇게 책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마음속에 담아둔다면 사라지되 사라지지 않을 그 무엇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2. 양들의 섬, 페로 제도(the Faroe Islands)

페로 제도의 뜻은 양들의 섬이라는 뜻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인구는 약 4만 7천(1992) 명인데 사람의 수보다 양이 더 많은 섬이라 이탄지 주변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양이었습니다. 지천으로 곳곳에 자리를 잡은 양 떼는 트래킹 어느 길목에서, 차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발길을 멈추게 하더군요. 운전하는 차량도 양 떼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가야 하니 그야말로 양이 주인인 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윽한 시선을 보내는 양 떼를 마주하며 또 한 번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고, 마음속에도 여유가 맴돌게 되었습니다. 칼소위 섬에서 깎아지른 절벽과 바닷새와 함께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장면은 단연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이 아닌가 하여 20mm 광각에서 표준 50mm, 58mm로 렌즈 교환을 해가며 촬영을 해보았습니다.

칼소위(Kalsoy)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20.0mm/ 1/250 / F4.5 / ISO 200
칼소위(Kalsoy)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58.0mm/ 1/250 / F7.1 / ISO 200
칼소위(Kalsoy)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58.0mm/ 1/250 / F3.5 / ISO 200

3. 보가르(Vágar)섬에서 만난 쌍무지개

 보가르섬의 ‘쇠르보그스바튼’은 필자의 마음속에서  ‘페로 제도’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곳입니다. 새벽부터 끝없이 걸었던 물웅덩이와 어둠을 뚫고 나온지라 더 크게 감동했던 것인지, 아니면 1년 중에서 300일 이상이 비가 오는 지역에서 만난 일출을 목격한 그 순간 때문인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가득한 곳인데, 바로 그곳에서 소중한 빛내림과 쌍무지개를 보았기에 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촬영지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어떠한 두려움과 고난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용기와 희망, 그것이 바로 쌍무지개로 필자의 마음에 닿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고두고 뭉클한 장면으로 추억합니다.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20.0mm/ 1/125 / F11 / ISO 200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20.0mm/ 1/160 / F6.3/ ISO 200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20.0mm/ 1/125 / F7.1/ ISO 200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20.0mm/1/160 /F7.1 /ISO 200

4. 갤럭시 노트8 광고 촬영지, 고사달루르(Gásadalur)에서 낮과 밤을 보다

 삼성 휴대폰 광고 촬영지로 공개가 된 적이 있는 고사달루르 마을.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아기자기한 집 몇 채와 거대한 굉음을 내며 흩날리던 폭포 한 줄기를 기억합니다. 광고에서는 위에서만 촬영했지만, 좁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 밑에서 바라본 폭포(Múlafossur)와 맞은 편의 뮈키네스(Mykines)섬은 아직도 잔상이 남아 눈앞에서 파도를 치는 것 같습니다. 그 거친 파도의 휩싸임에 이끌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나 상처도 모두 씻겨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오래 마음에 남는 공간이었기에 낮에도 가고 밤에도 가서 촬영했습니다.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기에 발을 뗄 수 없었던 장소였지요.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란 책에서 존 보틀은 어둠에도 등급이 있다고 말합니다. 은하수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칠흑같이 까만 밤하늘을 어둠의 등급 1단계로 보는데 페로 제도의 밤하늘이 그런 하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 까만 어둠 속에서 바람을 오롯이 혼자 맞서고 있는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며 사진가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수많은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사진 몇 장으로 정리하며 페로 제도의 여정을 마음속에 담아봅니다.

언젠가 또다시 갈 그곳을 그리며,

언젠가 페로 제도.

고사달루르(Gásadalur) 주경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20.0mm/ 1/125 / F8 / ISO 200
고사달루르(Gásadalur) 주경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20.0mm/ 1/125 / F8 / ISO 200
고사달루르(Gásadalur) 2017 the Faroe Islands NIKON D750 / 20.0mm/ 1/125 / F8 / ISO 200

에필로그
글 쓰는 사진가, 윤재선

필자는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느낀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때로 사진일 수도 있고 글이나 그림, 캘리그라피이기도 합니다.
형태는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가공인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니 농아인은 수어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더딘 걸음이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행길에서 따스함을 담고, 책과 사진 전시로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습니다.

국내와 해외, 어디든 좋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
사진전 혹은 책으로 출간을 하고 싶은 분은 연락주세요.

저서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노르웨이》 2018
《언젠가 페로 제도》 2019

사진전
2015 삼성동 코엑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2019 충무로 나미브 <언젠가 페로 제도> 개인전
2019 삼청동 한벽원미술관 <FØROYAR>  개인전

e-mail: yuntpop@naver.com
blog: https://blog.naver.com/yuntpop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yuntpop
facebook: https://www.facebook.com/yuntpop

ⓒ 2020. Yoon Jae Seon. All Rights Reserved.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