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은 인류를 널리 이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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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이라는 형용사는 현대사회에 와서 자주 듣게 된 형용사 중 하나다. 이 형용사 뒤에는 콘텐츠, 영상, 맛, 사진, 향, 기사, 영화 등 다양한 명사들이 붙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이런 부정적인 의미의 자극적인 것들은 인간의 통제에 의해 최소화되고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그마저 고삐 풀린 세상이 되었다. 영상 콘텐츠는 TV를 넘어 인터넷으로 송출되고 유튜브나 스트리밍 방송같이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영상은 심의가 없고 통제하기 어려워졌으며 사진과 글은 sns로 기사는 웹서비스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가짜 뉴스와 제목만 자극적인 기사들을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기 방영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한국의 공중파 콘텐츠가 얼마나 (부정적인 의미에서) 자극적으로 발전했는지 잘 보여준다.

사실 자극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으며 인류가 발전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매우 이로운 요소이다. 당연히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자극은 매우 이롭게 작용한다. 자극은 동물적인 생존과 본능을 위한 동기와는 다르게 우리가 의도적으로 행동하게 할 동기를 제공한다. 이런 의도적인 행동은 개개인의 발전뿐만이 아니라 인류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동기가 될 자극을 부여해도 행동을 하냐 마냐는 개개인에게 달렸고 이는 자극과 별개로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지배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지배시스템에 관해서는 추후에 따로 다루겠다.) 하튼 인간은 동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렇게 생긴 동기는 경험하고 싶고 얻고 싶고 성취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여기까지가 자극의 역할이다. 인간은 행동을 해야 성장할 수 있기에 행동의 첫 단추를 제공하는 자극이란 참으로 이로운 녀석이다. 하지만 분명 자극을 부정적인 녀석으로 몰아가는 범인은 존재한다. 자극에 따른 우리 두뇌의 반응, 자극에 의해 행동하게 된 우리 경험에 대한 반응이 이 사태를 만든 범인이다.

우리는 행동을 통해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이었다면, 우리의 보상체계는 도파민, 오피오이드 같은 호르몬을 방출하고 우리의 뇌는 완료보상을 받게된다. 완료보상이란 행동을 하여 욕구를 채웠을때 뇌에서 보상을 받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보상학습은 우리가 다시 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만약 그 행동을 다시하면 다시한번 완료보상을 받게된다. 다시 그 행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과거의 완료보상의 경험에 의해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면 욕구보상을 받게된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다. 우리는 살면서 기분 좋은 것, 재밌는 것을 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한판만 더 한판만이 세 판, 네 판이 돼서 학원시간을 놓쳐 학원을 안 가고 게임을 하거나 코인 노래방에서 한곡만 더 한곡만 하다가 갖고 있던 현금을 다 사용하거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러 포차에 들어가 오늘은 조금만 마신다고 다짐하지만 한잔만 더 한잔만 하다 10잔 이상 마셔 인사불성이 되기도 한다.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도파민이 많이 나오게 되면 우리의 뇌가 통제나 의식을 관장하는 전전두피질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전전두피질과 같은 부모님이 논리적으로 아이들을 설득하지만 도파민은 아이들의 귀를 막아 부모님이 뭐라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아이들이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도파민은 나이가 젊을수록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청년들은 뇌에서 주는 보상에 더 민감히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성적인 행동보다 보상에 충실한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이다. 거기다 전전두피질이 위치한 전두엽은 10대 중후반이 되어야 성숙하기에 청소년들은 이 경향이 훨씬 심하다.

팔로우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별풍선을 쏘게 만드는 먹방, 해외 촬영을 한 예능프로그램. 이들은 모두 우리의 뇌가 완료 보상을 원하도록 부추긴다. 이런 자극들은 홍보효과를 떠나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 정보는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로 작동한다. 우리의 뇌는 약한 자극에도 동기부여를 받게 되지만 이 정도의 자극이 여러 번 반복되면 더 이상 자극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이보다 더 강한 자극이 제공되어야지만 자극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탐욕적이라 보상을 원하고 또 원하고 원해 그 보상이 기준이 되면 기준보다는 더 큰 보상을 원한다. 결국 이 악순환이 자극의 기준점을 계속 높이고 집착적으로 보상을 계속 원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중독의 단계에 도착한다.

중독과 자극은 별개로 이해해야 하지만 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자극을 이야기하면서 중독에 대해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중독은 도파민과 상관없이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영상에서 마약중독,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모습은 자주 등장하여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것이다. 중독을 유발하는 행동을 일정기간 동안 멈추면 신기하게도 인간은 자가 치유를 시작한다. 마약, 알코올, 게임, 도박, 담배 같은 심각한 중독뿐만 아니라 짠맛과 같은 사소한 것도 오랜 기간 줄이거나 끊으면 미각을 다시 회복한다. 인체는 참으로 놀랍고 정교하고 훌륭한 시스템이다. 이렇게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극의 기준점을 낮추는 방법과 유사하다.

지속적인 자극은 자극의 기준점을 높인다. 인간이 일정 수준의 자극을 받아야만 느낄 수 있다는 베버- 페히너의 법칙 weber-fechner’s law으로 인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기준점 이상의 자극을 받아야 자극으로 인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게 1kg 상자를 들고 있는데 그 위에 무게 500g인 책을 몰래 올려놓으면 우리는 들고 있는 것이 갑자기 무거워진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지만 무게 10kg 상자를 들고 있다가 그 위에 무게 500g인 책을 몰래 올려놓으면 1kg 상자를 들고 있을 때 경험한 무게의 변화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무게뿐만 아니라 모든 자극 상황에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우리는 1kg 상자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세계 속에 살고 있었지만 이제는 10kg 상자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세계 속에 살고 있어 과거에 인센티브로 작용하던 500g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더 강한 자극이나 보상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들고 있는 상자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과학이 발전하듯이 이 무게도 끊임없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손실을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 기준이 이전의 기준점으로 회귀하는 것은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뒤로 돌아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불편하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입부에 언급한 ‘자극적인 것’들의 20-30년 전을 생각해보아라. 90년대의 자극적인 것들은 어떤 것인가? 지금은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자극적인가? 자극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준점은 과거에 비해 전체적으로 높아져 있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인류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면 지구의 회복이 불가능한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처럼 자극에 대한 기준점이 너무 높아지면 인류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자극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이로운 요소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자극은 인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고 중독은 인류를 퇴화시킨다. 인류를 지금까지 발전시키는데 지극히 큰 공헌을 한 자극이 이제는 점점 강해진 자극과 중독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되고 있다. 자극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라. 그리고 행동하라. 그 행동으로 인해 당신은 성장할 수 있고 당신과 함께 인류도 성장할 수 있다. 대신 강한 자극에 대해서는 사회적 담론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도 더 강한 자극을 찾는 인류가 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강한 자극의 향유를 멈추고 인간 본연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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