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삼성전자에서 20년간 다닌 후에 스스로 회사를 나와, 1인 지식기업 <자기설계연구소>를 설립했다. 또한, 방황하는 직장인을 위한 인생설계도를 담아 2017년에 출간한 <반퇴시대 나침반>의 저자다. 이 책이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에게 생애설계도를 제시했다면, 다음 책은 실제 직장인들의 고민상담 사례를 모아서, 보다 다양하고 많은 방법들을 알려주고 싶다. 그 방법의 하나로 <내일상담> 프로젝트를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내일상담>은 <내가 하고 싶은 / 일을 찾는 / 상상력 / 담금질>을 뜻하는 직장인 고민 상담 프로젝트이다. 미래를 뜻하는 ‘내일’과 ‘나의 일’을 뜻하는 ‘내 일’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그럼, 그 고민 상담의 얘기를 시작해 본다.

첫 번째 상담자의 고민

첫 번째로 상담한 분은 통관 업무를 담당하는 관세법인 회사에 근무하는 30대 후반의 직장 10년 차 남성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국문과나 사학과를 가는 게 꿈이었는데,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통관과 관련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직급은 과장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조선 업계와 같은 철옹성 회사가 무너지는 것도 보았고,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순수하게 자신의 스킬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조직의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이대로 계속 회사를 다니다 그냥 나오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작년 회사에 퇴직을 하겠다고 통보했는데, 회사 측에서는 반려를 하면서 휴직을 권장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필자가 봐도 능력자의 포스가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 휴직 7개월 만에 복직을 하게 되는데, 휴직 후 바로 4개월간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교육 과정을 들었다. 휴직 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높았다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교육을 받고 느낀 점은 이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단기간에 결코 습득될 수 없다는 벽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수료 후에도 입과자들과 스터디 프로젝트도 해 봤지만, 실제 현장의 데이터가 필요했고 회사에 제안한 새로운 분석업무도 받아들여져서 다시 복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업무의 범위는 한계가 있었고, 그가 회사에 기여하는 성과도 예전에 하던 일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특히, 촉박한 납기에 쫓기는 스트레스와 365일 24시간 진행되는 통관 업무의 특성도 많이 힘들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회사의 일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일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팀장으로서 회사 대표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는 듯했는데, 그의 팀이 맡은 고객별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것을 잘한다고 했다. 그 대목에 흥미가 있어, 조금 더 깊이 얘기를 나누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무언가 처음으로 체계나 프로세스 잡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의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도 업무를 함께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받았다. 여기까지가 대략 상담자의 고민에 대한 부분이다.

대화를 하는 다양한 방법들 – 컨설팅, 코칭, 상담, 멘토링

실제로 어떤 문제나 어려움을 놓고 1:1 대화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대략 4가지 방법을 많이 쓴다. 컨설팅, 코칭, 상담(카운슬링), 멘토링이다. 물론, 이것들이 서로 합쳐지거나 전혀 다른 방법도 있을 테지만, 필자는 누가 더 주도적으로 얘기를 많이 하는가에 따라서 분류를 한다. 우선, 컨설팅에서는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해결책이나 솔루션을 제시한다. 반대로, 상담에서는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 문제 등을 풀어놓는다. 코칭과 멘토링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인데, 코칭은 코칭을 받는 코치이(coachee)의 전문적인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코치(coach)가 돕는 것이고, 멘토링은 멘토(mentor)가 멘티(mentee)에게 전문적인 지도와 조언을 해준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이라고 보면 좋겠다.

필자는 이 칼럼의 제목을 상담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대화의 방식은 코칭의 형태를 취했다. 즉, 필자에게 신청하신 분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편이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에 필자가 객관적 입장에서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코칭에서는 구조화된 절차를 따르는데, 일반적으로 초점 맞추기 – 가능성 발견 – 실행계획 수립 – 장애 요소 제거 – 마무리의 순서로 5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첫째 초점 맞추기 단계에서는 상호 간의 신뢰를 형성하고, 대화의 주제와 목표를 명확히 정한다. 둘째 가능성 발견 단계에서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하되,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순수하게 제안한 것에 대한 결과만을 생각한다. 셋째 실행계획 수립단계에서는 기대 성과에 초점을 두고 이전 가능성 발견 단계에서 찾아낸 것들을 실행 가능하도록 더 작게 나눈 뒤, 목표일까지 정한다. 넷째 장애요소 제거 단계에서는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장애요소를 확인하고, 만약 장애가 있다면 그 장애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 검토한다. 장애요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세운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 있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다섯째 마무리 단계에서는 이번 대화의 요점을 다시 정리하고, 실천의지를 확인해 격려를 해주며, 필요에 따라 다음 일정을 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5단계를 거치면서 코칭은 정해진 시간 내에 훨씬 짜임새 있고 유익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해 온 일들에 문제의 열쇠가 있다

상담자의 얘기를 듣고 나서 필자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만약, 인생의 어딘가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였다. 그러자 공연, 음악,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얘기가 나왔는데, 공통적으로 어떤 시스템이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일들에 관심이 높았다. 지금까지의 회사 일도 그런 경험을 살려 성과를 인정받았던 일들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30대 초중반에 자기탐색에 눈을 돌려 ‘내가 뭘 좋아하지?’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뭔가 체계적인 방법에 따른 탐색이 필요했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한 방법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바탕으로 이력서를 써보라는 것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할 때 지난 일들을 모두 버리려고 한다. 왠지 자신이 그 일을 억지로 해 온 것 같고, 잘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구나 지나온 그때에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강점이 발휘된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스스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봐야 한다. 게다가 이력서는 원래 자기가 잘 한 일들을 쓰는 게 아닌가? 매년 한 줄씩의 이력을 적다 보면 왜 그걸 쓰게 되었는지, 그때 어떤 강점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이 분은 부부의 금슬도 남달라서 아내의 피드백도 귀담아듣는 편인데, 평소에 자신의 너무 낙관적인 사고에 대하여 오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멋진 배우자가 아닐 수 없다. 때로는 가족이 가장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배우자의 말대로 CEO의 시각에서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일들이 보이게 된다. 새로운 기획이나 제안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것을 지금의 일에 접목시켜 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 직책이 팀장이니만큼 팀원들과 협업해서 만들 수 있는 일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상담을 마치며

이 분은 성격이나 기질로 보아 새로운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는 분으로 보인다. 혹시 이 회사를 떠나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 일에서 또 싫증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조직을 나오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그 새롭게 하는 일들이 언젠가는 이 조직의 범위를 넘어설 때, 그때 나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력서와 함께 자신의 인생성장 곡선도 그려보라고 조언을 드렸는데, 당장 가서 해보고 싶다고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짓던 그 표정이 기억난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올해에 그가 새로운 시도를 더욱 많이 해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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