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저

어느덧 스산한 바람이 불고, 코스모스처럼 사람의 마음도 흔들리게 마련인 가을이 왔다. 감성적인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 줄 책 한 권 읽기 참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병률 작가의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책이다. 그동안 <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라는 책을 통해서 여행이 사람 사이로 들어가는 것임을 보여주었던 전작의 책들에서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해외 풍경과 장면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국내 여행 편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나는 이병률 작가처럼 낯선 곳을 찾아 어디든 떠나길 좋아한다. 이병률 작가의 책이라면 뭐든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마음이 간다. 제천이며 단양, 계룡산, 제주도, 흑산도, 문경, 양평, 태백 등 어려서부터 친근하고 익숙한 국내 곳곳의 지명이 나오고 나도 언젠가 한 번쯤 가봤던 곳에서의 추억을 상기하게 된다. 정겨운 그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건 아닐는지.

이 책에는 목차도 쪽수도 없어서 다시 보고 싶은 글이 있다면, 책을 다시금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면에서 자유롭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페이지를 찾으며 다른 구절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고 하겠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계룡산 시 캠프에 다녀온 일화였다. 깊은 밤, 캠프파이어 앞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 날 아침에는 계곡에 앉아 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각자 좋아하는 시를 한 편씩 낭송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며 울컥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 보면서 내가 그 사람인 양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이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 지나감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하면 나도 곧잘 울컥해지곤 한다.

그리고 여행과 사랑은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정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져서 닮았다는 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짧은 면회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 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는, 만날 때마다 선물 상자를 열 듯 그 사람을 만나라는 말. 그야말로 구구절절 주옥같은 만들이다. 또한, 동물원에서 돌고래와의 조우, 어느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영화의 어떤 한 장면처럼 묘사가 되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어느새 책 속의 주인공으로 동화되어 버린다. 그리고 한글 학교에서 느지막이 한글을 배우는 강연장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가 지은 시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동백이 피었는데요/
봄이 가네요/
내 마음이 피었는데/
조금만 머물다 봄이 가려고 하네요/
나에게도 글씨가 찾아와서/
이제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됐는데/
봄이 왔는데요/
당신이 가네요/

책 속에 담긴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적인 언어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글에서 짙은 감성이 묻어나서 참 좋았고, 때로는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리커버 에디션으로 작은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는데, 실제로 기차며 버스며 나의 여행에는 늘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편안하면서도 촉촉한 감성으로 이 가을을 물들일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리뷰를 마무리해 본다.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

글 | 윤재선

윤T의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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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tp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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