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이곳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그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언젠가 이곳에 닿을 거라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그리고 몇 번의 비행과 1시간여의 트래킹 끝에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습니다. 이끼와 진흙 길, 수많은 물웅덩이와 만난 후에 도착한 Sorvagsvatn/Leitisvatn(스바그스바튼 호수), 그리고 Bosdalafossur(보스탈라보스 폭포)는 새벽의 이른 발걸음일지라도 한시도 멈출 수 없게 만들었고, 나를 향해 쏟아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일출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했어요.

얼마 전 갤럭시 노트 8 광고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보스탈라보스 폭포와 가사달러 폭포의 모습은 이번 여행을 더욱 설레게 하는 두근거림을 선사하기도 했죠. CF나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 앞에 제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여행이 끝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광활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풍경 속에서 저는 이따금 셔터를 눌러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었으니까요.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노르웨이의 중간에 위치한 페로 제도는 우리나라의 제주도보다 작으며 크고 작은 18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트래킹도 많이 하고 페리도 타면서 페로 제도만의 특색 있는 섬 곳곳을 여유 있게 돌아보았어요. 페로 제도에서 함께해 준 혀니 님 덕분에 드론으로 하늘에서 본 풍경도 담으면서 말이죠.

여행길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페로 제도가 덴마크령이라 코펜하겐에서 구매한 유심이 이곳에서도 통용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던 기억과 그로 인한 세상과의 단절은 오히려 휴대폰을 잠시 내려 놓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여행에 있어 진정한 느긋함이 무엇인지.. 그리고 느림의 미학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오후가 되어도 문을 열지 않은 많은 상점의 여유, 외길의 차도에서 몇 번이고 자신의 차를 멈추던 사람들, 그들의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느긋한 여유를 한없이 느낄 수 있었네요.

쌍무지개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품에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시작된 스바그스바튼 호수와 가사달러 폭포, 북동쪽에 위치한 Eysturoy(이스터로이섬)과 Kunoy(쿠노이섬)사이에 있는 Kalsoy(칼소이섬)과 등대, 그리고 사방으로 펼쳐진 절벽과 소용돌이치던 거센 파도의 감동..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모든 것이 페로 제도에선 그저 일상이였고, 제 심장을 몇 번이고 두드릴 만큼 아름다운 여정으로 가득했습니다.

뾰족한 화산과 광활한 대지,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과 깊고 깊은 피오르, 끝없이 펼쳐지는 그야말로 절경인 풍경 앞에서 한없이 숙연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이었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순간 앞에서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를 가서도 다시 만나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가끔 눈물을 머금기도 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만났던 비와 바람, 그리고 단 몇 분의 소중한 빛내림, 세상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바라보게 하는 허공의 공기, 그 속에 묻어나는 아름다운 풍경에 그저 한없이 바라만 보았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합니다.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왔어, 페로 제도 Faroe Islands

글 | 윤재선

윤T의 캘리그라피
http://blog.naver.com/yuntpop
yuntp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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