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에 가면 김진환 제과점이 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빵을 만드는 그의 작업을 보면, 마치 종교의식 같고, 수행자가 정진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김진환 제과점의 진검승부는, 우유식빵이다. (현재 3,500원이다.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밤빵과 소보로빵도 판매한다. 빵의 종류를 늘릴때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손님 뺏기지 않을려고, 떡볶이집에서 삼겹살 파는 것과는 다르다.

우유식빵은 오후 3시면 동이 난다. 빵이 다 팔리면 영업종료. 동경제과학교를 졸업한 최고의 제빵사가, 하나의 빵만 20년 가깝게 만들었다. 이런 선택과 집중은, 파리바케트를 이긴다.

하나에 정진할때, 빨리 자리 잡는다.

발전시켜야할 요소가 많을수록, 존재감이 희미하다. 음식점 사장님은 손님이 떨어지면, 메뉴를 늘린다. ‘A4용지에 00개시’라고 가게 문에 붙혀놓는다. 메뉴가 많아질수록 그 식당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무얼하는 곳인지 명확하지 않기에, 손님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생뚱맞은 메뉴를 개시하는 것을 탓할수만은 없다. 그만큼 매출이 떨어지면 하루도 버티지못할 정도로 한국 자영업 시장이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자기 브랜드가 있을려면 자기 건물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란 일관성이 필요한데, 월세나 외부적인 환경에 휘둘리면 일관성은 깨지고 만다. 월세가 하늘을 찌르는 한국은 흔들리지 않고 하나에 매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나에 매진하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삶이 되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자기 몫이다. 

브랜드는 한번 형성되면, 그 관성에 따라 순조롭게 나아간다. 집앞에 냉면집이 있는데, 정말 맛없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그 냉면을 먹으려고 찾아온다. 브랜드가 생기고, 애써 찾아온 손님이 sns로 ‘먹었다’라고 자랑하기 때문에 , 꽤 오랫동안 성업했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기까지가 어렵다. ‘하나’를 추구해 나가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와 방해가 있다.  피터드러커는 ‘아니요’라고 거절할수 있는 강철같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가를 이룬 사람을 보면, 그 ‘하나’만 집요하게 고집하는 남다름이 있다. 

작년 일본 시코쿠에 다녀왔다. 타카마츠 항구에서 40분 배 타고 가면 나오시마 섬이 나오고,  땡땡이 문양의 호박 조형이 반긴다. 일본 작가, 쿠사마야요이의 작품이다. 그녀는 현재 정신병원에서 작품활동을 한다. 10대때 정신병에 걸렸는데, 그때부터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시각화 한 것이 ‘땡땡이 문양’ 이다. 평생 땡땡이 문양을 그려오며 예술 활동을 했다.수미터나 되는 화폭에 오로지 ‘땡땡이 문양’만 그려넣은 작품을 보면, 광기마저 느낀다. 

조금 더 섬 안으로 들어가면, 지중미술관이 있다. 건축계의 거장 , 안도타다오의 작품이다. 인공 조명 없이 자연광만으로 미술 작품을 비춘다. 같은 그림이라도 아침과 오후의 그림은 다른 느낌을 준다.

안도타다오는 건축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건축에는 미술만큼이나 많은 소재와 재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콘크리트만 다룬다. 오직 콘크리트다. 수많은 직종이 있지만, 직종을 선택하면 그 다음에는 본인의 주요 도구와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한정된 재료를 다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요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 분명함 때문에 확실한 브랜드가 생긴다.

  • 안도타다오 = 콘크리트
  • 쿠사마 야요이 = 땡땡이
  • 김진환 = 우유식빵

한국 자영업시장은 조급하다. 여러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에 조급할수 밖에 없다. 월세와 대출이자로 매달 한번 맞으면, 그 충격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 급여와 물건값 지출이 나간다. 비용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비용 항목이 많으면, 이상하게 계산과 실제 남는 금액이 다르다. 남는 것은 없고, 나갈 돈은 많기에 조급하다. 

옆집으로 손님이 들어가면 약올라한다. 명동 000떡볶이 가게는, 즉석 떡볶이를 판매함에도, 삼겹살을 주방에서 구워서 내놓고, 파전과 맥주를 바가지로 팔았다. 중국 손님이 늘어났고, 그들이 원하니까 모두 다 팔려고 했다. 옆 고깃집도 똑같이 판매한다. 고깃집에서 짜장면과 김밥도 판다. 중국 손님이 원하기 때문이다. 메뉴에 없으면, 손님을 뻿긴다.

두 식당은 업종이, 각각 떡볶이집과 고깃집임에도 불구하고, 메뉴가 거의 같다. 음식 사진까지 똑같다. 같은 집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다.

메뉴가 늘어난다고 해서, 매출도 따라 오르지 않는다. 중국 사람은, 개성없고 바가지 씌우는 식당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편 메뉴가 많으면, 관리 비용이 늘고, 신경 쓸것도 많기에 인건비도 늘어난다.

‘명동의 000떡볶이 =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수없음. 손님 등쳐 먹는 식당.’

경영은,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까가 아니라, 한계선을 긋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기다.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을 분명히 하기.  대박은 없어도, 은행 수익율 보다는 훨씬 높다. 고깃집은 고기만 잘 팔고, 분식집은 분식만 한다. 고깃집에서 떡볶이를 팔면 안되는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이용한다는 것.

개인이 브랜드를 짧은 시간에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브랜드가 구축이 된 프랜차이즈의 등에 올라탄다.

웬만한 동네에는, 김가네.가 하나씩은 있다. 김가네는, 없으면 조금은 아쉬운 분식집에 불과하다. 그런 김가네가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메이져 상권에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있으나마나한 브랜드가 강력해지는 거다. 나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분식집을 운영한다. 내 판단에는 유명한 분식 프랜차이즈 보다는 내용면에서 실속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매장앞에서 손님들이 ‘뭘 먹을까?’고민하다가, 김가네 간판을 보고 의심의 여지없이 바로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몇번 보았다.

브랜드는 만들기 어렵지만, 한번 구축하면 소비자의 갈등을 불식시키는 힘이 생긴다. 맛이 없어도, 유명하니까, 맛이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실제로 맛있게 먹는다.

한편 김가네 사장은 고민에 빠졌는데, 생각보다 이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그는 본래 돈까스 집을 했으나, 장사가 안되서 불과 우리 가게에서 100미터도 안되는 곳에 김가네를 차렸다. 그 때문에 우리 매출이 1/4이 줄었다.) 월세가 높기도 하고, 김가네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재료값이 무려 50%에 육박한다. 재료값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외식업에서 물건값은 35%가 적정선이다.

김가네 사장은 고민끝에 가격을 올려버렸다. 김밥을 무려 4천5백원에 받고, 모듬김밥은 5천원이다. 대다수 볶음밥류는 7천원이다. 김가네 사장의 경영 스타일이 알바에게 맡기고 자기는 빠진다. 그러다보니 서비스와 음식조리가 엉망이다. 그런데도 입지가 워낙 좋으니 굴러는 간다. 호기심에 한번 가본 손님은, 김가네에 정나미 똑 떨어져 버렸다.

어느 중년 손님은 김가네에 가셨다가, 김밥을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보니까, 500원인줄 알고 반가웠는데, 5천원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 가게에서 김가네를 욕하며 거품을 무셨다. 가격 올린다고 매출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님만 떨어진다. 나도 김가네 때문에 신경쓰이지만, 김가네 사장도 고민이 많고, 발바닥 불나게 일하는데, 재미는 건물주가 보니, 답답하다. 

춘천에 지인분이 수제 햄버거집을 한다. 한 번 가보았는데, 이 분은 수제 햄버거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최고의 햄버거를 만들려고 애쓰신다. 차를 타고 가야하는 곳에 매장이 있는데,  건물과 부지가 그 사장님의 소유다. 몇년째 잘 운영하고 계시고, 입소문도 꽤 많아졌다. 월세라는 커다란 고정비용이 없다는 것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50미터는 앞섰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수제 버거에 대한 의욕도 있다. 최고의 버거를 만들겠다는 이상과 자기 건물이라는 현실이 맞물린 이상적인 사업모델이다.

지금 떠오르는 맛집이나 브랜드의 공통점을 보자. 첫째로 그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 사람이 직업인으로서 브랜드를 가지려면, 10년이 걸린다. 일관성 있게 10년을 해야, 누군가의 머리에  ‘아무개 = 000’라는 등식이 생긴다. 두번째로 한국은 이런 브랜드를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대료나 비용이 비싸고, 경쟁자가 우후죽순 생기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만드는데 방해되는 요소를 하나 하나 생각해서, 준비하거나 제거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는 일관된 시간의 축적이다. 그리고, 한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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